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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제3의 나이] 외모도 가꾸고, 내면도 채우면서 들이대는 중년의 반란.
기사입력 2020.04.10 10:42:19 | 최종수정 2020.04.10 11:19:44
트롯 열풍을 넘어 트롯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미스 트롯>이 불을 집히는가 싶더니 <미스터 트롯>은 온 국토에 트롯 불을 지른 꼴이다. 이젠 K-트롯이란 이름으로 더 큰 불을 집히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덕분에 <송가인>과 <임영웅> 같은 트롯 보석들이 발견되고, 침체된 트롯 장르가 소환되는가 하면, 잊었던 <흥>이 다시 한번 폭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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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픽사 베이



3월 초에 방영된 <트롯 신이 떴다> 베트남 편 이야기다.

출연진 모두는 공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찰나 차창 밖에서 베트남 팬들이 트롯 출연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 무리 중에 씨엔블루 정용화의 펜을 발견한 가수가 있었다. 그는 정용화에게 손을 흔들어 주라는 말을 전하면서 했던 말이 귀에 들어왔다.

“불러줄 때 손 흔들어 줘, 나중엔 손 흔들어도 아무도 안 불러중께”

“영원한 젊은 오빠”,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할 땐 신사로, 무대 뒤에선 막걸리가 어울리는 시골 형님 같은 트롯 가수 남진이었다. 그는 1965년 “서울 플레이 보이”를 발표하면서 팝 가수로 데뷔한 55년 차 가수다. 올해 나이 73세인 남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트롯 브랜드라 할 만큼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수다. 모니터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누가 저분을 노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는 것과 존재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냥 나이가 요구하는 데로 순응하는 삶도 있지만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도 있다. 스스로 존재하는 삶은 나이와 상관없이 빛이 난다. 무명 설움을 떨쳐 내고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왕관을 거머쥔 <송가인>과 <임영웅>이 현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을 금빛이라면, 55년을 트롯으로 물들인 젊은 오빠 남진은 트롯 전 세대를 대표하는 금빛인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만물을 삼켜버리는 괴물,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괴물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과 세월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그 무엇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 가버린 뒤 결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 『심연』 중에서 / 배철현 –

단단한 바위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진다. 쇠도 시간의 흐름 앞에선 녹이 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되는 것은 있다. 설악의 흔들바위, 신라의 에밀레종이 그렇다. 누군가 지켜낸 사람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역사의 증거로 남을 수 있었을까?

땅에선 인간의 발자국을 볼 수 있고, 강에선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반짝 일렁이는 바람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새가 날아간 하늘 흔적을 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1만 년 전에도 새는 날았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이름 모를 새도 하늘을 날았다. 하지만 새가 휘저은 하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다만 기억 속에 존재하는 흔적은 있다. 새는 내가 보는 앞에서 날아올랐다는 기억 말이다.

그가 누구든 가는 세월을 돌려세울 순 없다. 그렇다고 나이에 기댄 수동적인 삶을 살자는 말은 아니다. 이왕이면 나이도 멋지게 속일 만큼 액티브 한 인생을 계획하자. 삶의 무게에 짓눌려 하나, 둘씩 포기했던 것들을 소환하면서 소위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되어보자. 그러려면 외면도 가꾸고 내면도 채우면서 자신 있게 들이대는 인생 반란이 필요하다. 멋지게 살았다는 인생 흔적을 하나쯤 남기려면 말이다.

[이종범 금융노년전문가(R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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