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글로벌 시대에 이 말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덴마크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2040년부터 70세로 늦추기로 결정했고, 기대수명 100세를 향해가는 지금,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사회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 역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만큼 준비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50대에 예기치 않게 퇴직을 맞고, 60대에 경력이 끊기며, 70세까지는 일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현실은 점점 더 보편적인 일이 되고 있다. 특히 50~70세의 중장년층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불확실한 연금이라는 세 가지 외부 압력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로설계와 경력개발은 더 이상 청년층만의 과제가 아니다. 중장년기 이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재취업을 넘어, 삶의 방향성과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찾는 일이다. 이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 ‘무엇을 통해 의미를 느끼며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생활 여력도 함께 고려 되어야 한다.

진로 설계는 일자리만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가치와 목표를 재정립하고, 사회와의 연결을 지속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사회적 기여가 가능한 방식으로 역할을 재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학습이다. 고정된 경력이나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속가능한 경력은 평생에 걸친 학습과 자기 개발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 돌봄, 상담, 사회 공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평생교육 시스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자원이 되었다.

진로 설계와 경력 개발은 결국 삶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 교육과 자기 개발이다. 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경력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생 교육은 이제 단순히 문화 학습뿐만 아니라, 나의 경력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60대, 70대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규모 창업을 하며,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50대 이후의 진로설계와 경력개발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때까지 자신이 소중히 여겨 왔지만 미처 경험하지 못한 가치와 삶의 의미, 그리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회적 역할의 공백은 고립과 상실감을 불러오지만, 의미있는 일은 정체성을 회복시키고 삶에 활기를 더해준다. 일을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되고, 경험을 나누며 성장하는 과정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지속가능한 진로설계와 경력개발은 고정된 목표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다시 설계하고 목표를 실행해 나가는, 끊임없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이를 이유로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과정’이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진로설계와 경력개발은 더 이상 삶의 특정 시기의 과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을 견고하게 지탱하게 하는 핵심 축이다.

앞으로의 삶을 안정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제 누구에게나 체계적인 생애설계 기반하에서 진로설계와 꾸준한 경력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생애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을 구축하는 가장 근본적인 시작점이 될 것이다.

[김주한 칼럼니스트, 한국생애설계사(CLP), 행정학박사, 전)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컨설팅센터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