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게다가 합계출산율마저 세계 최저인 0.97명으로 인구절벽까지 우려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저출산·고령화가 세대 간 갈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이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은 고용 불안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실인데 부모세대 부양 부담까지 져야 하기 때문이다. 노령층도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지만 일자리가 여의치 않다.

저출산·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노후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미래세대 부담도 줄이는 대책이 어르신 일자리 제공이다.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령자 일자리 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질`보다 `양`에 치우쳐 있다. 학교 주변 건널목 보행 안내와 동네 청소 등 전문성을 살릴 수 없는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삶에 보람을 주는 일자리 제공이 진정한 복지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역별 일자리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은 1982년 설립한 `실버인재센터`라는 공익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가 공공이나 민간에서 일감을 받아 회원으로 가입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보수를 준다. 인재센터 직원 인건비 등 기본 운영경비는 모두 정부가 지원한다.

둘째, 틈새시장 발굴이다. 주거 형태 중 80% 이상이 아파트인 노원구는 2016년부터 `어르신 아파트 택배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00가구 아파트 단지를 정하고 뜻 있는 이들을 모아 사업을 추진했다. 택배회사와 협약을 맺어 한 품목당 500원에 하루 두 번 물량을 받아 직접 배달하는 방식이다.

시행 3년째. 현재 어르신 20명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루 500~1000개의 택배 물량을 배달하고 한 달에 50만~1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지금은 `노원실버 협동조합`으로 체계를 갖춰 3개 아파트 단지 총 5000가구의 택배 물품을 배송하는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셋째, 민간 기업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독일은 노년층을 `지식과 경험을 지닌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고 고령자 경험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산업 특성을 반영해 관련 기업들이 시간제 일자리로 고령 기술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은퇴 이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