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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제3의 나이] 노인 냄새와 나이 듦의 향기
기사입력 2019.11.18 10:39:56 | 최종수정 2019.11.18 14:37:57
65세

노인이 시작되는 나이다. 물론 이를 부정하는 어른들이 대다수다.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아직은 노인 이름표를 떼지 못한 상태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쏠림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한 물 간 사람 취급을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연령주의(ageism) 척도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에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글이 실려 있다.

“오늘날 노인이라는 지칭어는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생물학적 현상을 지시하는 용어가 아니라, 나이와 결합되어 있는 ‘별 볼일 없는’ 사회적 위상을 지시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이처럼 노인이라는 용어의 부정적 어감이 워낙 강해지다 보니, 노인은 ‘소외된 노인’이나 ‘힘없는 노인’처럼 부정적 수식어들과 더 어울리는 지칭어가 되고 ‘노인 사장’, ‘노인 국회의원’과 같은 결합은 일종의 형용모순으로 다가오게 된다. ‘청년의 열정’은 자연스러워도 ‘노인의 열정’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고(정진웅, 2011), 노년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할 때는 “노년” 혹은 “실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부정적 측면에 주목하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노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정진웅, 2014)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아도 얻게 되는 이름표 중 하나가 바로 노인이다. 그러고 보면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는 공용 이름표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팡이, 백발, 밀짚모자, 굽은 허리 등처럼 노인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도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냄새다. 노인에겐 특유의 냄새가 있다. 이는 노넨 알데하이드라는 물질 때문인데, 피지 속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생성된다. 털이 자라는 모공에 주로 쌓이고 부패하면서 퀴퀴한 냄새를 만든다.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만들어지고, 노년기엔 생성량이 훨씬 많다 보니 냄새를 노인과 연결 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에게도 향이 있다. 좋은 사람이 뿜어내는 인향(人香)이 그것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만리(4,000Km )를 간다고 했을까(人香萬里)

“행복한 선물을 참 많이 받으셨지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에서 이어령 교수에게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老 교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런 답을 내놓는다.

"그랬죠. 산소도, 바다도, 별도, 꽃도… 공짜로 받아 큰 부를 누렸지요. 요즘엔 생일 케이크가 왜 그리 예뻐 보이는지 몰라. 그걸 사 가는 사람은 다 아름답게 보여(웃음). "초 열 개 주세요." "좋은 거로 주세요." 그 순간이 얼마나 고귀해. 내가 말하는 생명 자본도 어려운 게 아니에요. 자기가 먹을 빵을 생일 케이크로 바꿔주는 거죠. 생일 케이크가 그렇잖아. 내가 사주면 또 남이 사주거든. 그게 기프트지. 그러려면 공감이 중요해요. 공의가 아니라, 공감이 먼저예요."

생전에 일군 수많은 것들과 관련한 답변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자연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함 속에서 행복의 선물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누는 공감을 말한다. 순수와 지성이 어우러진 향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을 말한다. 그 시작은 잘 듣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 결론의 지배를 받는 일이 많아진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자기 경험을 강제하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공감도 없다. 공감하지 못하면 마음이 닫히고 결국엔 화만 늘어난다. 그렇게 나이 들면 인향(人香)이 자리할 공간도 사라진다. 있다면 고집과 불통, 화냄 같은 냄새뿐이다. 그래서일까? “틀딱충”, “인구의 시한폭탄”, “거대한 빚더미”처럼 노인 폄하 이미지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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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냄새를 지우는 인향(人香)은 이런 모습으로 나이 든 사람을 이르는 말일 게다.

“따듯한 어른”, “지혜로운 스승”, “연륜이 느껴지는 선배”

인향(人香)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이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내면에 쌓인 것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스미는 세월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저녁 지하철 퇴근길, 난데없이 조용하던 장내가 시끄러워진다. 노인과 젊은 여성이 다투는 소리다. 말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점점 더 어수선해진다. 사람이 많다 보니 몸이 밀쳐지는 상황에서 다툼이 발생한 것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윽박지르는 노인의 목소리가 젊은 여성의 입을 거칠게 몰아간다. 나이 들면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걸까? 가벼운 미소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났을 것을… 아쉽다.

[이종범 금융노년전문가(R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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