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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의 100세 시대 생애설계 ] 생애주기란 무엇인가?(7)
기사입력 2019.11.05 17:24:48 | 최종수정 2019.11.05 17: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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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생애주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생의 발달 단계”를 말한다. 그런데 생애주기를 단계라고만 이해하면 “어떤 일정한 단계로 구성된 기간의 형태가 한 번 나타난 후 같은 단계로 구성된 기간의 형태가 계속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주기(週期: cycle)”의 의미를 놓치기 쉽다.

주기라는 말은 일정한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한 사회의 전체 인구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생애(일생)는 일정한 연속적 단계로 구성된 기간의 형태를 나타낸다. 이렇게 연속적 단계로 구성된 생애기간의 형태가 여러 세대를 거쳐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생애주기(life cycle)”라는 말을 사용한다.

생애주기를 정확히 말하면 “출생에서 사망까지 기간이 (1) 연속적인 단계로 구성되고, (2) 그 연속적 단계는 발달하는 속성으로 구성되고, (3) 연속적 단계의 기간이 세대를 거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O`Land & Krecker, 1990). 즉 생애주기는 단계, 발달, 반복의 3가지 특성을 가진다. 각 개인의 생애기간이 동일한 발달 단계를 보이면서 세대를 거쳐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생애주기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이를 “개인 생활주기”라 한다. 생애주기는 단체나 조직, 사람 아닌 동물에 대해서도 사용하고 있지만 인간 개인의 생활주기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애주기는 엄격히 말하면 평생(일생), 생애기간(lifespan) 및 생애과정(life course)이라는 말과는 구별된다. 평생이라는 말에는 반복의 의미만 있고 단계나 발달의 의미는 거의 없으며, 생애과정(life course)이라는 말에는 단계나 발달의 의미는 있으나 반복의 의미는 없다는 면에서 구분된다(O`land & Krecker). 그러나 실제로 생애주기, 평생(생애기간) 및 생애과정은 학문적으로나 국가(사회) 정책이나 일상생활에서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일생, 생애기간)이나 생애과정이라는 말보다는 생애주기라는 말이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애주기는 연령으로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 생애주기의 기간이 연장되고 사회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관계 등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계속 동일한 단계로 구성된 형태가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할 수는 없다.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생애주기 기간 전체의 연장, 사회적 상황 및 역할의 변화에 따라 생애주기 단계의 구성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20세기부터 생애주기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특히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발전한다는 평생발달론이 20세기 중·후반에 등장하면서 생애주기 발달단계와 그 단계에 따른 과업은 학문 연구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사회) 정책과 서비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생애주기의 단계는 신체적, 심리적 요인 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인 특히 일하는 것(사회적 역할)과 연계되어 구분되는 면이 크다. 일을 하기 위해 교육과 훈련받는 기간, 일하는 기간, 퇴직제도와 퇴직 시기도 생애주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의 8단계론은 인간의 생애주기를 8단계로 구분할 수 있고, 각 단계마다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생애주기의 심리사회적 발달과업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표적 이론이 되어 왔다. 에릭슨이 8단계론을 처음 주장한 시기는 1950년이었는데 이때 에릭슨이 살고 있던 미국은 산업화가 거의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따라서 에릭슨은 미국과 같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상황을 생애주기에 반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1760년대(18세기)에 이루어진 산업혁명(1차 산업혁명)이 19세기 말부터 급격히 진전됨으로써(전력의 힘으로 대량생산의 2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짐) 일생은 크게 교육-일-퇴직 기간으로 구분되게 되었다. 산업화의 정도는 국가와 사회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고용의 형태는 피고용(취업)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산업화 이전의 농업, 어업, 축산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연령적으로 교육-일-퇴직이 잘 구분되지 않았고, 특히 일은 연령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시기(연령)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므로 퇴직은 없었다. 일정한 나이까지만 일하고 그 이후는 일을 그만두는 퇴직제도는 산업화의 결과로 생겨난 제도이다.

20세기 동안에는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빠르게 확산되어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모든 국가(사회)는 산업사회로 변화되었다. 선진국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한 지식정보화사회(제3차 산업 혁명)로까지 발전하였다. 20세기 후반기로 오면서 일을 포함한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인간의 생애과정은 교육-일-퇴직으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교육기간은 연장되어 온 반면에 일하는 기간은 오히려 산업사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퇴직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의해 제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21세기에 들어와 시작된 4차 산업혁명(로봇, 인공지능, 양자역학 이용의 대량 컴퓨팅, 바이오 기술, 사물 인터넷,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융합 기술혁명)이 급속히 진전되고 따라서 산업구조와 인간 삶의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애주기 모형은 전통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교육-일-퇴직의 생애과정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생애주기 8단계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최성재 - (사)한국생애설계협회 회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청와대 고용복지수석/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AGG) UN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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