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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의 100세 시대 생애설계 ] 오래 사는 것이 장수가 아니다 (1)
기사입력 2019.10.15 15: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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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장수’는 말 그대로 건강 상태와 활동상태에 관계없이 오래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몇 살까지 살아야 장수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100세까지 사는 것을 장수라 한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100세까지의 생존 가능성이 크게 낮은 편이다.

통계청의 2016년 생명표를 보면 현재 0세에서 100세까지 생존확률은 남자=1.1%, 여자=3.8% 정도이다. 따라서 100세 이상을 장수자로 정의하면 아직은 기준 나이가 너무 높다. 그렇다면 2019년 현재 몇 살 이상이면 장수자라 할 수 있을까? 평균수명보다 10년 이상이면 장수자라 해도 되리라 생각한다. 남녀의 평균수명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남자 장수자는 평균수명 80세보다 10년 높은 90세 이상자가 되고, 여자 장수자는 평균수명 86세보다 10년 높은 96세 이상자가 된다.

그렇다면 장수는 건강과 활동상태와 관계없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을 의미하는가? 장수는 단순한 생명연장(나이)이 아니라 나이와 함께 건강상태 및 활동상태도 생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나이와 건강과 활동상태를 고려한 장수의 형태는 크게 4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건강 장수(직업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의 장수), (2) 일상생활 가능 장수(직업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식사, 세수, 목욕, 화장실 가기, 혼자 옷 입고 벗기, 스스로 자유로운 몸동작, 집안에서의 움직임, 조리 활동, 근거리에 오가는 일, 근거리 간단한 쇼핑, 금전 관리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의 장수), (3) 자기관리 가능 장수(집 안에서 자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식사, 세수, 목욕, 화장실 가기, 옷 입고 벗기 등 자기관리는 충분히 할 수 있으나 집 밖에 나가서 간단한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의 장수), (4) 의존 장수(자기관리도 할 수 없어 남에게 의존하면서 생활하는 상태의 장수). 일반적으로 나이와 건강상태와 활동상태를 고려한 장수는 (1)의 상태에 있다가 노화하면서 신체적 및 정신적 기능이 저하되어 (2) -> (3) -> (4)의 단계로 진행된다.

건강상태와 활동상태를 고려한 장수의 기준을 가장 낮게 잡으면 신체적·정신적으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3단계까지)는 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과 활동 상태를 고려하여 수명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에서 평균수명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는 평균수명 전체 기간 중에 성인이 된 이후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독립적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의 평균수명인 건강평균수명(healthy life expectancy)과, 두 번째는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존하여 지내는 기간의 평균수명인 의존평균수명(dependent life expectancy)이 있다. 즉 ‘평균수명=건강평균수명+의존평균수명’이 되는 것이다. 이하 건강평균수명은 간략히 건강수명, 의존평균수명은 간략히 의존수명이라 부르기로 한다. 의존기간은 건강상태가 약해지거나 신체적 및 정신적 장애가 발생하는 노년기 기간(노년기 중에서도 가장 늦은 기간)에 집중되어 발생된다. 건강수명이 길어지면 의존수명은 짧아지는데 개인적 노력으로 건강수명을 길게 유지할 수 있고, 건강수명 연장에는 개인적 영향이 다른 영향보다 훨씬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2019년 현재 가장 최근 통계)의 건강수명과 의존수명을 살펴보면 유병기간(질병이 있는 기간)은 반드시 의존수명과 같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건강수명과 의존수명은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검진 결과로 판단하는 것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2016년 평균수명은 남자=79.3세, 여자=85.4세이지만 남자의 건강수명은 64.7세, 의존수명은 14.6년이고, 여자의 건강수명은 65.2세, 의존수명은 20.2년이다. 여자의 평균수명은 남자보다 5-6세 정도 길지만 여자는 의존수명은 남자보다 5-6세 정도 길기 때문에 건강수명은 남녀 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장수는 적어도 자기관리 정도는 할 수 있는 건강상태로 오래 사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100세 시대의 장수는 자기관리 가능 수준을 넘어 좀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장수”라 하면 늙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Gratton & Scott, 2016). 늙은 상태는 나이가 많아 심신의 기능이 쇠약한 노쇠(老衰; frailty)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지는 노화(aging)는 피하거나 막을 수는 없지만 나이만이 주된 원인은 아닌 노쇠는 많이 피해 가고 예방할 수가 있다.

미국의 유명 시인 사무엘 얼만은 “청춘(youth)"이라는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한 상태이다”라고 노래했는데 이는 노인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과 활동 상태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명연장으로 100세 장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장수는 지금까지 이해하던 단순한 생명 연장도 아니고, 노쇠한 상태 연장도 아니고, 최소한 남에게 의존하지 않을 정도의 심신의 건강상태 연장도 아니다. 바람직한 장수는 “최소한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심신의 건강상태와 함께 젊은이처럼 유연성, 열정, 호기심, 용기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성재 - (사)한국생애설계협회 회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AGG) UN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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