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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고율 상속세
기사입력 2019.10.10 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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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사실 규제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규제는 단지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좋은 규제는 강화해야 하는 것이고, 나쁜 규제는 완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규제가 좋은 규제고 어떤 규제가 나쁜 규제일까.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목적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규제는 좋은 규제이고,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더 큰 규제는 나쁜 규제다.

최근 상속세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부자들은 상속 재산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고, 기업 최대주주는 최대 65%까지 내야 한다. 이 같은 상속세는 좋은 규제일까 나쁜 규제일까. 상속세의 목적은 분명하다. 빈부 격차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상속세가 없으면 부자의 자식들은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자식들은 계속 가난하게 살면서 빈부 격차가 고정된다. 상속세를 통해 부의 세습을 막는 것이 빈부 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빈부 격차를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부자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우리가 빈부 격차를 감소시켜야 할 때, 정말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계속 가난하게 살면서 부자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보다 잘살게 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내가 보다 잘살게 되는 것이다. 빈부 격차의 감소는 가난한 사람들이 보다 잘살게 되면서 감소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그대로이면서 부자의 소득만 감소하는 방식의 빈부 격차 감소는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모두가 가난하면서 빈부 격차가 없는 사회는 원하지 않는다.

상속세는 빈부 격차를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더 잘살게 해주지 않는다. 단지 부자의 소득만 감소시킬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실제 소득은 증가시키지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게 해주지 않는가`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속세는 가난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수준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복지제도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복지제도가 발전하면 내야 하는 세금도 많아진다. 하지만 이 세금을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내는 것이 아니다. 2018년 한국의 법인세 수입은 70조원이었다. 그런데 이 중 삼성전자 법인세가 16조원이 넘는다. 소득에 기반하는 다른 세금도 이런 식이다. 소수의 고소득자가 내는 세금으로 전체 복지 시스템이 굴러간다. 사실 부자는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존재다. 보통 사람들의 세금만으로는 복지 시스템이 굴러가지 못한다.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덜하고 복지제도가 좋다고 평가되는 곳은 북유럽 국가들이다. 복지제도가 좋은 만큼 소득세 등 세금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빈부 격차를 감소시키려 노력하고 세율이 높은데도 상속세는 없거나 극히 낮은 수준이다. 상속세가 없는 것이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모든 곳에서 복지를 중시하는데 상속세만 부자들을 위해서 남겨놓았을 리는 없지 않은가. 상속세가 없거나 극히 낮은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빈부 격차를 줄이는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자는 계속 돈을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그런데 상속세로 한번에 큰 돈을 빼가면 그 후 세금을 많이 내지 못한다. 차라리 상속세를 없애고 계속 해마다 높은 소득세를 내게 하는 게 더 이익인 것이다. 알을 낳는 닭은 지금 당장 잡아서 고기를 먹는 것보다 계속 살려두고 매일매일 달걀을 얻는 것이 더 낫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수준을 더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이다.

복지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이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춘 것은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올리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율 상속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율의 상속세는 좋은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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