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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노인 학대
기사입력 2019.10.04 00:04:02 | 최종수정 2019.10.04 17:59:11
노인이 많이 살던 나라가 있었다. 어느 날 왕이 "늙은이들 얼굴이 주름살투성이인 데다 허리는 구부러졌다. 또 잔소리만 퍼붓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전국에 노인을 없애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한 신하는 몰래 땅굴을 파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모셨다. 며칠 후 신(神)이 왕의 꿈에 나타나 "여기 두 마리 말은 보기에 똑같지만 하나는 어미이고 하나는 자식이다. 어느 것이 어미이고 어느 것이 자식이냐"고 묻고, "맞히지 못하면 나라를 멸하겠다"고 했다. 두려움에 떨던 왕이 대신들에게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한 신하가 "두 마리 말 앞에 풀을 주면, 필시 어미 말은 새끼 말에게 먼저 먹일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신의 시험에서 헤어난 왕이 비결을 묻자 신하는 "땅속에 숨어계신 할아버지가 지혜를 주셨다"고 털어놨다. 불교설화 모음집 `비유경`에 나온 우화다.

이처럼 삶의 지혜를 간직한 어르신들이 공경받던 시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세대 단절과 일자리 경쟁 탓에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온라인에선 `틀딱충` `연금충` `할매미` 등 비하 표현이 쏟아지고 오프라인에선 노인들이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당하기 일쑤다. 지난달 29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5482건으로 전년(1만3309건)보다 16.3% 늘었다. 특히 자녀와 며느리가 가해자인 가정 내 학대가 최근 5년 누적 건수(2만1440건) 중 87.7%(1만8803건)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인 학대는 심각한 범죄 행위다. 적극적인 신고는 물론 교육·상담·보호시설 증설과 노인 복지 확대 등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인들을 `옹고집` `심술쟁이`로 치부하기보다 자식을 먼저 챙기며 궁핍한 시대를 견뎠던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듯, 누구나 노인이 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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