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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일본어 가르치는 요양원의 할머니 선생님
기사입력 2019.08.29 15:07:01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시즌2-11] 인구 감소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이 올해부터 외국인 근로자에게 문호를 `활짝` 열었습니다. 기존 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앞으로 5년 동안 최대 34만5000명의 외국인 인재를 `수혈`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부족한 노동력을 해소해 일본의 노동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걱정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일본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로 현장에서 일본 주민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내일(來日)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종사할 직종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적인 간병 분야라는 점에서 언어 불통으로 인한 `충돌`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일본어는 외국인 근로자 자신이나 그 가족에게 객지 생활에서의 고립을 막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입국이 허용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일본어 능력은 `N4`(5단계 중 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일상 회화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일본어 교육을 많이 시키면 되지 않나` 하겠지만 현실 속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일본어 교육기관의 수도 충분치 않지만 특히 일본어 선생님의 공급과 질적 수준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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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입주한 할머니가 화상통화를 통해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헬테 홈페이지



◆ 최적의 대안, 할머니 일본어 선생님

이런 상황에서 고령자가 일본어 선생님의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고령자는 일본어 능력뿐 아니라 일본 문화에도 조예가 깊고 인생 경험도 풍부해 외국인 근로자의 일본어 선생님으로 제격이라는 겁니다.

이 같은 니즈를 간파한 한 기업이 발 빠르게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나가와현(神奈川縣) 가마쿠라시(鎌倉市)의 한 고급 노인시설.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고령의 할머니가 거실에 마련된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젊은 태국 학생과 대화를 나눕니다. 일본어가 어느 정도 가능한 이 학생은 일본 할머니로부터 고급스러운 경어 표현을 배웁니다. 할머니 선생님이 간간히 이야기해주는 지방 사투리도 흥미를 갖고 잘 따라합니다.

기모노 차림의 할머니 선생님은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의 축제 등 문화에 대해서도 자신의 체험을 곁들여가며 쉽게 전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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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스컴에 소개된 `세일(Sail)`의 고령자 온라인 일본어 교습 서비스 모습. /사진=헬테 홈페이지



`카약`이라는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하는 `헬테(Helte)`와 제휴해 고령자와 외국인 학생들이 영상 통화를 통해 일본어 회화를 배울 수 있는 온라인 비디오 학습 서비스 `세일(Sail)`을 론칭했습니다.

교사 자격은 65세 이상 고령자입니다.

현재 민간 고급 노인시설의 입주 고령자 100명이 교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고령의 선생님들은 자신이 가능한 날짜와 시간 등 스케줄을 정해놓고, 이에 맞게 외국의 유학생 또는 예비 근로자, 일본 현지 외국인 근로자와 학습 시간을 맞춥니다.

1회 25분간.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스카이프 영상 통화` 등의 소프트웨어 통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카약에 따르면 학습 내용은 고령자가 사는 지역의 축제 이야기 등 일본의 역사나 문화가 많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받는 보수는 없습니다. 대신 젊은 외국인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심신에 활기를 찾고 생활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토 마나부 헬테 사장은 "현지 일본어 교육에서는 습득하기 어려운 현지인의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개중에는 인생 상담이나 고민을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 합니다.

서비스 요금은 태블릿 단말을 설치한 고령자 시설에서 지불합니다. 이용료는 단말기 한 대당 월 2만엔(부가세 별도). 단말기 한 대로 보통 8명이 사용합니다.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은 한 회당 1.2달러를 지불하는데, 태국에서의 점심 한 끼 비용 정도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현재 태국이나 베트남의 7개 대학과 제휴해 대학 수업으로도 실시되고 있고, 서비스 오픈 후 대만 등 개별 이용자의 등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3년 후 지금의 30배인 3만6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일본 내 일본어 교육 실시기관 시설 수는 약 2109개. 교사 수는 3만9558명 정도입니다. 반면 일본어 학습자 수는 23만9597명으로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입니다. 약 8만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일본어 교사 수는 최근 5년간 평균 3% 증가한 데 비해 학습자 수는 11.4% 증가하며 4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일본어 교사 가운데 57%(2만2640명)는 무보수 자원봉사자로 사실상 무자격자입니다. 또 일본어 학습 장소도 대부분 대학이나 공식 기관 외의 곳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는 1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역사회의 일본어 교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스즈키 도모야(鈴木 智也) 닛세이 기초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어 교육에서 고령자 교사와 외국인 학생의 니즈를 상호 보완한 것이 특징"이라며 "어휘력뿐만이 아니라 역사 문화 사회 전반의 지식이 요구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고령의 선생님들은 조건에 잘 부합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일본어 강습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당면할 여러 가지 일상의 문제 해결에도 고령자들이 적잖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즈키 위원은 말합니다.

고령자는 남에게 뭔가 도움이 되거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충족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합니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연금 생활자의 생활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고령자 일본어 선생님은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공인재단법인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가 실시한 일본어교육능력검정시험 수험자 가운데 16% 이상이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율이 최근 10년간 2배 높아진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입국관리법 개정과 함께 일본어교육 추진법을 만들어 외국 국적의 노동자가 일본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급격히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대응에도 고령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현역 시절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외국 관광객 통역 가이드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고령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메신저로서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입니다.

[김웅철 매경비즈 교육센터장/`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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