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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2의 사춘기
기사입력 2019.08.21 15:45:50 | 최종수정 2019.08.22 13:15:38
“사춘기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려는 나름의 몸부림입니다. 만약 사춘기가 없다면 평생을 데리고 살며 먹여 살려야 할 것입니다”

금융교육 독립군 김현기의 『명함이 있는 노후』에서 소개한 내용으로, 김승기 정신분석 전문의가 강의 요청을 받고 간 자리에서 사춘기 자녀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했다는 답변이다.

사춘기는 눈도, 몸도, 그리고 마음도 사방팔방으로 향하는 시기다. 사전적 해석에 따르면 12~3세에서 15~6세를 사춘기로 보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시기다. 때문에 부모의 구속을 원치 않는다. 자신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괜한 간섭을 한다고 보는 자녀의 인식 때문에 사사건건 충돌이 발생한다. 독립과 통제의 대립, 부모와 자녀, 이성간 교제와 갈등의 시작, 사춘기의 특징이다.

제2의 사춘기!

생소한 용어지만 <에비게일 트레포드>가 『나이 듦의 기쁨』에서 제2의 사춘기를 엿볼 수 있는 표현이 있다..

“약 50세에서 75세에 이르는 시기에 나타나는 사춘기와 유사한 역동적 심리과정을 의미하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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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종범의 도해 카드>



의문이 생겼다. 김승기 전문의가 말하는 사춘기가 부모에게서 독립하려는 자녀의 몸부림이라면, 『나이 듦의 기쁨』에서 언급된 제2의 사춘기는 누구로부터의 독립으로 보아야 할까?

고민 끝에 찾은 대상은 두 사람이다. 먼저 성장한 자녀가 그중 한 사람이다. 보편적으로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꿈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예가 많았다. 하다못해 자녀를 출가시킨 후에도 손, 자녀 양육까지 감당하는 부모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자신을 위한 삶을 실현할 수 있을까? 부모라는 이름 뒤에 자녀를 위한 희생의 그림자가 옥죄고 있다면 어림없는 이야기다. 나이 들었다고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성장한 자녀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내적 몸부림이 없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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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명함이 있는 노후(김현기 지음) 내용 발췌 요약>



제2의 사춘기, 독립하고 싶은 두 번째 대상은 배우자다. 졸혼이 그 대표적 사례다. 졸혼은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 각자 자신의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간섭받지 않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졸혼은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에 출간한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을 통해서 알려지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백일섭 씨에 의해 많이 이슈화 된 사례가 있다. 졸혼은 황혼이혼과는 구별되는 헤어짐의 형태다. 황혼이혼은 법적으로 남남이 됨으로써 영원한 결별을 뜻하지만 졸혼은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헤어짐이다. 즉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활양식을 영위하지 않지만 엄연히 부부다. 서로 희망하는 삶을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자기만의 삶에 집중한다. 누구를 위한 희생도 없다. 오로지 자신이 주인공이다. 스스로 위로하고 보상한다. 어린 시절 발현되는 호기심만큼은 아니어도 보다 성숙된 자아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에 집중함으로써 자기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삶을 산다.

이처럼 성장한 자녀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나, 함께 살았던 배우자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 등은 사춘기에 발현되는 독립 욕구와 비슷하다. 내적으로 발현되는 반항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성숙해지는 삶의 과정이 사춘기라면, 제2의 사춘기도 10대가 겪는 사춘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적 욕망의 표현인 셈이다.

50대 이후 찾아오는 제2의 사춘기는 삶의 지혜와 경험이 녹아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때인 만큼, 방황하지 않는 제2 사춘기를 계획할 필요가 있다. 마치 여행 계획을 짜듯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생애2막 인생 스케치, 제2의 사춘기를 멋지게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 10대 사춘기 시절 겪었던 가슴 벌렁거림을 다시 소환하는 시간, 원숙함으로 무장한 사춘기 詩人의 눈으로 인생 2막을 그려보는 시간 말이다.

[이종범 금융노년전문가(R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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