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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8] 누가 이들에게 老人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9.08.21 15:44:21 | 최종수정 2019.08.22 13:17:19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라”

미국의 화가 <리버맨>의 말이다. 미국 현대 화단에 돌풍을 일으킨 그는 사업에서 은퇴한 후 우연한 기회에 10주간의 그림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때의 나이가 81세였다. 너무 늦게 시작했지만 그는 101세 때 스물두 번째 개인전을 열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다.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원시적 눈을 가진 미국의 샤갈”이란 호칭을 붙이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그림을 그리는 시작점에서 했던 그의 고백이다..

“나는 여태껏 그림 붓도 구경 못해 봤네”

여든이 넘어서 모델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 실버 모델의 희망, 박양자 님이(현재 92세 최고령 시니어 모델) 그 주인공이다. 그는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전에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내 행복을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 행복한 일을 찾아 한번 그 길로 쭉 걸어보세요. 그 만한 행복은 말로 표현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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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 베이



노년교육연구회는 『은퇴 수업』에서 “세계 역사상 35%가 60대~70대에 의해 성취되었고, 역사적 업적의 64%는 60세 이상 노인들에 의한 성취되었다는 기록이 있다”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경영 전문지 ‘inc’는 <제시카 스틸만> 작가가 기고한 ‘늦깎이의 세 가지 장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장점은 “그들은 현명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독특한 창의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젊은 사람보다 더 뛰어난 회복탄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늦깎이 장점이, 역사적 업적의 64%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나이 들수록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기보다 <끝난 사람>처럼 인식하는 예가 훨씬 지배적이다. 사회적 인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개인도 이런 인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

“이 나이에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생각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데서 기인한다. 나이 듦이 죄도 아닌데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을 당연시할 필요는 없다. 물론 건강이 나빠졌거나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면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억제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인생 후반전은 세상이 보는 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식하는 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수 홍진영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에 재미있는 가사가 나온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그것이 어디 사랑뿐 이겠는가? 일도 마찬가지다. 나이에 얽매여 아직 펴지 못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잠재우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꿈도 희망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다만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많을 뿐이다.

"나이가 들어서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져서 나이가 드는 것이다"

현역 최고령 런웨이 모델(88세)이자 기네스 북에 등재된 이탈리라 출신, <카르멘 델로피체>의 말을 곱씹어 보면 나이가 젊었어도 열정이 없다면 늙은 것이고, 나이가 들었어도 열정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면 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필자를 포함한 독자와, 이 글의 주인공들 중 누가 더 나이 든 사람인지 가늠해 볼 일이다.

81세에 그림을 처음 시작한 <리버맨>, 1931년생(만 88세) 임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역 최고령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 여든이 넘어서 모델 일을 처음 시작한 대한민국의 92세 박양자 님, 누가 이들에게 노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을까?

[이종범 금융노년전문가(R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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