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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엔딩 플랜`을 지원합니다
`생전계약` 중개, 엔딩노트 보관...일본 지자체들 `종활(終活) 지원` 확산
기사입력 2019.08.09 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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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시즌2-10]

"홀로 사는 당신의 `엔딩 플랜(Ending Plan)`을 지원합니다."

일본 도쿄의 남단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요코스카시(横須賀市).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가 있어 군사 도시로 유명한 곳이죠. 그런데 요즘 이 요코스카시가 `종활(終活) 모델 도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시의 `종활 지원` 사업이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면서 이곳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종활 모델 도시`?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종활`(終活·일본말 슈카츠)이라는 신조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종활이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일련의 활동`이란 뜻으로, 유언장과 사전연명 치료의향서 작성에서부터 본인의 영정사진을 찍어두거나 장례식과 묘지를 미리 마련해 두는 등 인생의 졸업을 위한 종합적인 준비 작업인 셈입니다.

예전에는 장례 준비 등은 망자의 사후에 가족이나 친척들이 하던 일이었는데, 요즘은 당사자들이 생전에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의 `신세대 고령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장례를 직접 준비한다`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음에까지 이르는 기간이 길어진 데다 핵가족화나 1인 세대의 증가로 본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자녀나 친인척에게 의탁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종활`을 등장시킨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요코스카시는 2015년 7월부터 홀로 사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종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종활 지원을 하는 것은 요코스카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요코스카시의 종활 지원 사업의 명칭은 `엔딩 플랜 서포트(Ending Plan Support)`.

시에 종활 상담 창구를 설치해 독거 고령자들이 장례나 납골 등 종활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의 고민도 상담해줍니다.

엔딩 플랜 서포트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생전(生前) 계약`의 중개, 또 하나는 종활 정보 등록제입니다.

생전 계약이란 장례식이나 납골, 사망수속 등 사후에 해야 할 일을 생전에 전문 업체에 대행을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뒷일을 맡아줄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남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 싫은 독거 고령자들의 생전 계약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 비용이 만만치 않고 업체 정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요코스카시 종활 창구에서는 생전 계약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령자가 원할 경우 시와 제휴된 전문업체를 소개해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고 있습니다. 가격은 기본 계약 시 20만6000엔이며 평균 25만엔 정도입니다. 일반 민간업체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고 하네요.

`특혜 상품`이기에 대상은 한정됩니다. 수입이 적고(월수입 18만엔, 고정자산 500만엔 이하) 친인척이 없는 독거 고령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 1월까지 약 40명이 계약을 맺었고, 그중 9명이 사망 후 생전에 원하던 방식으로 대리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시가 종활 사업을 시작한 데는 혼자 사는 고령 주민들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고독사`를 비롯해 아무런 준비 없이 사망하는 고령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계속 늘어만 가는 `무연고 사망`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1인당 최소 20만엔의 공적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지자체에 적잖은 재정적 부담이 되는 이유입니다.

요코스카시의 생전 계약 중개 사업은 이 같은 재정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시의 생전 계약 중개 덕분에) 주변에 폐 끼칠 걱정이 없어졌으니 안심이 된다."

요코스카시의 종활 지원 사업이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시는 생전 계약 대상을 저소득 독거고령자에서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요카스카시의 또 하나의 종활 사업은 `종활정보 등록제`입니다.

긴급연락처, 주치의 및 알레르기, 엔딩노트, 유언장, 연명치료 의향서 등의 보관 장소, 생전계약 회사 연락처 및 계약 내용, 묘 소재지….

희망자가 자신의 `종활`과 관련된 정보를 시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두면, 이후 등록자에게 `만일의 상황`이 생겼을 때 시가 병원이나 소방 복지사무소, 경찰, 그리고 등록자가 지정해둔 후견인 등에게 등록 정보를 개시해 `뒷일`이 등록자 의사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고 지자체로는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 사업도 생전계약 중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의탁할 데가 없는 독거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는 데에 그 배경이 있습니다.

`엔딩 노트`나 생전의 기록이 갑작스러운 사고나 사망으로 그대로 묻혀버린다면 당사자의 노력이 헛되게 되고, 그 뒤처리를 해야 하는 지자체에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활 등록 사항은 총 10개 항으로 본적과 긴급 연락처, 지원사업소 등 기본 사항과 주치의나 병력, 알레르기, 연명치료 의향서, 장기제공 의견서와 같은 의료 정보, 그리고 장례나 유품 정리에 관한 생전계약 연락처, 유언장 보관 장소나 계약 묘지 장소 등 사망 전후에 필요한 종합적인 정보를 포함합니다.

요코스카시의 종활 지원 사업 모델은 전국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무연고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민 장(葬)`이나 `구민 장` 등 저렴한 규격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등장했습니다.

가나가와현의 야마토(大和)시도 다양한 종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에는 독거 고령세대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유족 지원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고령자가 사망할 경우 고령자 가족의 희망에 따라 필요한 행정 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용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사망 시 필요한 건강보험 연금 세금 복지 변경 절차와 같은 행정 업무를 일괄 처리하는 겁니다.

일본의 연간 사망자가 130만명을 넘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다사(多死)사회`에서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데, 특히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는 초고령사회인 일본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종활 지원 사업이 어떻게 진화해갈지 주목됩니다.

[김웅철 매경비즈 교육센터장/`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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