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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文케어와 건보재정 위기
기사입력 2019.08.05 1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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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강보험은 1989년 7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동안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동남아에서 배워가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했다. 2017년 8월 건강보험은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문재인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이 본격 시행됐다. 지난해 선택진료제 폐지와 함께 뇌·혈관 등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2~3인 병실 이용 등 건보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올해도 아동 충치 치료,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검사, 추나요법 등이 추가됐다.

비급여 항목 건보 적용으로 문턱이 낮아지자 ‘의료 쇼핑’이 늘고 있다. 보험급여 지출이 급증한다. 고령화에 노인 진료비는 점점 불어난다. 건보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 지난해 가구당 의료비 혜택은 월 21만원 수준이었다. 납부 보험료는 가구당 월 11만원이었다. 건강보험은 올 1분기에만 3946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1778억원)의 2배가 넘는다. 건보 보장성이 확대됐지만 정작 국민은 의료비 경감 혜택을 피부로 못 느낀다. 비급여 비용이 커지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너도나도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큰 병원을 찾는다. 동네병원은 텅텅 비었는데 종합병원은 만원이다. 급여대상 진료비와 수술 수가는 낮게 통제된다. 급여화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병원마다 편법을 동원한다.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 검사를 늘리는 등 환자를 상대로 과잉진료를 일삼는다. 진료 내역에 교묘하게 비급여 검사를 끼워넣는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민간 실손보험 환자는 병원의 먹잇감이다. 자기부담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진료비를 보험사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환자는 바가지 비용에 둔감하다. 병원의 비급여 과잉진료뿐 아니라 허위 청구, 부정 수급, 보험 사기 등 모럴해저드가 성행한다.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에 보험사는 죽을 맛이다. 실손보험금 과다 청구로 보험사 수익률은 뚝뚝 떨어진다. 그렇다고 보험료를 제대로 올릴 수 없다. 정부가 건보 보장성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실손보험에 반영하도록 보험사를 압박해서다.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 70%’ 공약을 밀어붙인다. 흑자 기조였던 건보 재정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다. 보건복지부는 2019~2022년 건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적자 규모를 총 8조6467억원으로 전망했다. 건보료율을 매년 3.49%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등 가입자 단체 반발에 제동이 걸린다. 현행법상 정부는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에 따른 세금 부담을 건강한 국민이 짊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퍼주기식 ‘의료 포퓰리즘’ 때문에 결국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하고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게 된다.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보장성 강화가 지나치면 건보 재정이 거덜 난다.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는 건보 재정 파탄을 앞당길 뿐이다.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건보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보장 범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역 가입자에 대한 건보료 부과 기준을 재산보다 소득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환자를 골탕 먹이는 병원의 비급여 과잉진료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불합리한 수가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는 의료계의 피해의식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3차 병원 쏠림현상을 막고 필요한 의료 수요를 걸러내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증 환자, 희귀 난치병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0호 (2019.08.07~2019.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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