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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려고 노후준비지원법 만들었나?
기사입력 2017.04.21 14: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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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다음 달이면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이를 두고 어떤 언론에서는 덜컥 닥친 ‘실버 쇼크’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UN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한 나라의 만65세 이상 인구가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가 넘으면 고령 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필자가 생애설계 관련 과정을 공부했을 당시,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들었는데, 이보다 고령화 속도가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고령화 진행 속도도 초고속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이 일본은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5년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17년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장수사회의 리스크도 커진다. 개인적으로는 無錢, 無業, 有病, 獨居로 인한 노후 불안감은 말할 것도 없고, 노인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고독사나 노인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의 2015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10만 명당 58.6명으로 OECD 평균(26.5명)의 두 배가 넘는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가 유행병처럼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의 장인, 장모님은 올해 92세와 86세에 비교적 건강하신 편인데도 너무 오래 살았다는 말씀과 함께 사는 것이 지겹다고 하신다. 하루하루가 무료하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주기적으로 들여다보기는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필자의 친구 어머니는 85세인데 홀로 계신지가 20년도 넘었다. 얼마 전에 길을 가다 넘어지셔서 발목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치매가 겹쳤다. 밤낮없이 잠을 안주무시고 소란을 피우니 간병하던 요양보호사는 도망가고 온 가족이 매달려 전쟁을 치루고 있다. 대한민국에 이러한 가정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국가 차원의 장수 리스크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노동인구의 감소와 소비 긴축으로 저성장은 지속될 것이고 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비용 부담 급증으로 인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는 30년, 40년이 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지난 2015년 6월 23일에 노후준비지원법을 제정 공포하여 같은 해 12월 23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노후준비지원법은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자나 수급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노후준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본 법이 제정 및 시행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정부의 이런 선행적 조치에 큰 박수를 보냈다. 정부가 당연히 챙겨야 할 정책이고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필가 한 분이 쓴 글을 읽었다. 제목이 ‘65세 노인 안내서를 만들자’라는 어느 일간지에 실린 짧은 기고문이다. 그 분은 최근에 65세가 되어 말로만 듣던 경로카드를 만들고 혹시나 노령연금에 해당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는데, 예전 같으면 청년 같은 65세의 나이에 이곳저곳 떠벌리기가 참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용기를 내서 수소문해 보니 지하철을 무료로 승차하려면 해당 은행에 가서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고,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주민센터에 가서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궁금한 것이 참 많은데 구차하게 이곳저곳 찾아다니면서 하나하나 알아봐야 하니 살짝 짜증이 났다고 한다.

왜 지하철 카드 발급 은행은 해당 은행 하나로만 국한하는가? 아무 은행에서나 가까운 곳에서 발급받게 해주면 좋을 터인데... 은행 창구에서 경로카드를 발급받는데 이제부터 ‘세금이나 축내는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까 두려워 몸이 움츠려 들더라는 것이다. ‘이럴 때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65세를 맞은 이들에게 미리 안내서라도 한 장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싶었단다. 그러면서 그 분은 ‘65세 노인증’은 버림받을 낙인이 아니라 사회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값진 증표라고 강조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왜 이런 단순한 일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일까? 이 글을 읽고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국민연금공단에 인터넷 질의를 했다. 법 시행이후 무슨 제도가 진행되고 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으니 상세히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답변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빨리 왔다. `노후준비지원법` 제정 및 시행으로 공단 본부에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공단 109개 지사를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로 지정하여 노후준비서비스의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또한 `제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16.12월)하여 중장기 기본방향을 설정하였다는 것이다.

상담서비스는 고객의 노후준비 수준을 측정하고 노후대비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서비스는 기관, 사업장, 학교 등 현장으로 찾아가는 교육과 노후준비 4대 분야에 대한 공단 자체 정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서비스는 노후준비 사이트의 `내 연금`을 통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을 한 곳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공사연금 정보조회서비스를 제공하며, 노후준비 자가 점검 프로그램, 무료 교육 동영상, 각종 노후준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했다.

연금 공단의 답변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노후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앞서 소개한 수필가의 하소연은 왜 신문에 실린 것일까? 수필가는 우리 사회의 지식인 계층에 속한다. 지식층이 저러한데 나머지 대다수의 노인 계층은 오죽이나 답답할까?

연금공단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답변대로 노후지원법 관련 서비스 링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스스로 찾아볼 노인들은 얼마나 될까?

또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공단 직원에게 직접 찾아가는 상담과 교육 서비스에 대해 문의해봤더니, 기존부터 소속 직원들을 통해 하고 있는 시책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나 지역 센터는 설치했다고 하니 위인설관만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정작 법 제 11조에 의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서비스 제공자 양성 교육은 시행도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무슨 사람이 있어 전 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는가?

답답해서 4월 7일에 똑같은 내용의 질문을 보건복지부에 보냈다. 열흘 만에 회신된 보건복지부 답변 역시 국민연금공단의 답변과 유사했다.

국민연금공단에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25명)’를 두고, 109개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로 운영(전임 교육 강사 73명, 상담인력 109명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년에 노후지원법 관련 예산은 1727백만 원이고, 그것도 기금에서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발 노후준비지원법 제11조의 서비스 제공자 양성교육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이행되었으면 싶다. 그것이 노후준비 지원법의 기본 취지를 살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 승 진 - CLP(한국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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