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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수를 축복으로 맞이하려면
기사입력 2017.03.03 16:14:52 | 최종수정 2017.04.03 1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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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

"글쎄요, 내게 꿈이 있었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못 하게만 하고…. 엄마가 만들어준 꿈은 있지만." 최근 교육현장에서 만난 고2 학생의 자조 섞인 한마디다.

요즘 학생들은 암울한 현실만큼이나 꿈과 희망이 없다고 한다.

유치원부터 시작된 치열한 학업 경쟁은 대학입시에서 절정을 이루지만, 대학 졸업 후 취업 현장에서 한 번 더 살인적인 생존경쟁을 치러야 한다. 힘들게 서른 살 안팎에 취업을 한다 해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55세 전후에 퇴직을 한다. 25년의 짧은 직장생활을 하며 결혼, 출산, 병원비, 내 집 마련에 자녀 사교육비, 자녀 결혼비용까지 쓰다 보면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장수시대에 진입해 100세까지 산다면 퇴직 후 45년을 마땅한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

저축이나 연금은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고,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자녀는 30%도 안 돼 고단하고 처량한 노후를 맞게 된다.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결혼 출산을 기피하고 나홀로 가족과 황혼이혼이 급증하며 극단적인 황혼 자살마저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덧붙이게 됐다.

실상이 이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지"라며 준비 안 된 불안한 노후를 마치 남의 일처럼 흘려버린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돈 얘기는 애써 감추려 한다.

자녀들이 금융이나 투자 얘기를 하면 많은 부모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며 윽박지르기 일쑤다.

전미교육자상을 수상한 미셸 보르바 박사는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주지 않고 하지 말라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공동 조사에 따르면 20대 금융이해력은 60대보다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소 수준에도 미달했다.

소문에만 휩쓸려 작전주나 테마주에 묻지 마 투자를 해 쪽박을 차거나, 어이없는 금융사기를 당했던 쓰라린 경험을 자녀에게 대물림할 것인가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과반수는 자녀와 하루에 `30분 미만` 대화하거나 거의 대화가 없다고 한다. 이제 밥상머리에서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터놓고 금융, 재테크 얘기를 하자.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금융 이야기나 재테크 정보를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 금융에 친숙해지고 미래의 투자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자녀 스스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돈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어릴 적 실패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장년, 노년의 실패는 비참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미국 직장인들은 어릴 적부터 익힌 금융지식과 기업연금인 401k 덕분에 안정된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 401k는 각종 세금혜택에 주식을 최대 60%까지 편입해 연 6~10%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네 번에 걸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맹보다 더 무섭다"고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전 세계를 호령하던 금융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현장교육이 큰 힘이 됐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증권회사로 데려가 주식과 채권이 무엇인지, 증권회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용돈은 어떻게 관리하고 불리는지 상세하게 알려줬다고 한다. 이때 생생하게 배운 경제·금융 지식이 평생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전 세계의 0.2%에 불과한 인구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65%, 포천지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소유주의 40%, 세계적 백만장자 20%를 배출한 유대인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밥상머리에서 금융, 재테크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정과 학교는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경제와 금융을 직접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학교로 학원으로 온종일 뛰면서 자녀 과제는 물론 입학원서, 입사원서까지 대신 써주는 한국 부모들이지만 결코 자녀의 미래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사랑스러운 자녀의 `불행한 노후`를 저승에서 한탄만 할 것인가.

[박홍신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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