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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노인대책 급하다 전해라
기사입력 2016.01.04 14:24:04 | 최종수정 2016.01.04 14: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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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과 방송에서 ‘~라고 전해라’ 열풍이 대단하다. 요즘 ‘백세인생’이란 노래가 화제의 중심이다. 60세에서 150세까지 노인이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저승사자에게 이유를 대며 “(염라대왕에게)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죽음을 거부하는 노래다. 곡조는 경기민요 아리랑과 매우 흡사하다. 민요와 트로트가 결합된 독특한 가락엔 중독성이 있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마음이 찡~한 느낌이 든다. 그러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태어나서 죽고, 오고 가는 ‘생사거래(生死去來)’에 초연한 마음이 생긴다. 노년 인생의 활기와 존재감, 죽음 앞에서 갖는 자존감,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예스맨으로 살아야 하는 압박감 속에 당당히 못 하겠다고 밝히는 삶의 자세가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 곡의 김종완 작사·작곡자는 “직장 동료 부친 장례식장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느꼈다”며 “저승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을 때 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백세인생’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25년간 무명이었던 트로트 가수 이애란(53)은 ‘국민 가수’ 못지않은 유명세를 치른다. 딸의 노래를 좋아했던 그의 아버지는 대박을 못 본 채 지난해 5월 100세를 4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노화(Aging)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삶의 숙명적인 과정이다. 무병장수는 모두의 염원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 증가율도 최고다. 지난 1983년 67.4세였던 평균 기대수명은 2014년 82.4세로 15세가 늘었다. 모든 노인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 수명 연장엔 돈이 뒤따른다. 노인 부양 비용과 의료비 부담은 날로 증가한다. 노인의 빈곤화와 취약한 소득 보장 체제가 문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4년 4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노인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고독하고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노인이 점점 늘어간다.

세상살이는 점점 각박해진다. 홀로 사는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자식들이 고향 집에 모인다. 잘 차려진 식탁이 그들을 맞는다. 그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나타난다. “이런 방법 말고 크리스마스에 어떻게 너희를 불러 모을 수 있겠니?” 돌아온 탕자처럼 자식들은 기쁨과 뉘우침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포옹한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이 제작한 광고 내용이다. 생전 자식들을 만나기 힘들자 거짓 장례식을 꾸며낸 노인의 절박한 마음을 표현한 스토리다.

국내에서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정이 메말라간다.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고 효도는 구시대 유물이 되고 말았다. 가족 간 재산을 둘러싼 소송이 급증한다. 물욕에 어두워 부모를 버리는 자식이 늘어난다. 불효자를 상대로 한 부모의 소송도 적지 않다. 재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 재산을 아버지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정도다.

노인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해 생계를 위해 70세 넘게 일한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열악한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노년층의 세대 간 경쟁도 벌어진다. 정부는 2020년 건강수명을 75세로 높이고, 2030년까지 노인 빈곤율을 30% 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초연금의 누수 방지·제도 보완 △중년층 퇴직자 기술 재교육 △고령자 일자리 창출·사회 참여 확대 △노인 건강관리·의료시스템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히트곡 ‘백세인생’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노인 문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한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40호 (2016.01.06~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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