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질병과 허약함이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웰빙 상태 (social well-being)’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웰빙은 육체적으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뿐 만 아니라 소속감, 성취감, 여가생활, 심리적 안정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결과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최우선의 행복한 삶 (happy life)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웰빙(well being)을 뛰어 넘어 안락사 논쟁에서 촉발된 웰다잉(well dying)이 화두가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 금기시 되어있는 느낌이나 100세 시대에 도래한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죽음(death)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생명활동이 영원히 정지되는 순간을 의미하고, 죽어감(dying)이란 살아있는 상태에서 죽음으로 가까이 접근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 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하게 잘 죽어 가는 것’에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잘 죽어감 (웰 다잉 Well-dying)’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사전 연명 치료 중단의향서부터 검토해보라고 조언한다. 건강하고 의식이 또렷할 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멈추고 호스피스나 완화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당하는 죽음에서 받아들이는 죽음’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의미다. 웰다잉의 목표는 임종 과정이 치료가 아닌 돌봄이며,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이다. 2023년 10월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200만 명을 초과했고, 법 시행이후 연명 치료중단 사례는 33만 건을 넘어섰다. 매년 발표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국가별 ‘죽음의 질’ 지수 조사 결과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인의 죽음은 “과도한 연명치료로 병상에서 유언도 못하고 비참하게 숨을 거둔 뒤 화려한 장례식장으로 간다”고 표현될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 사회는 안락사, 존엄사, 소극적 안락사, 연명치료 중지 등의 논쟁을 거쳐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생전 스스로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일명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보건복지부는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종합계획(2024~2028년)’을 심의·의결하여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조정하여 행복하게 죽어가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 듯 하다.

웰다잉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연맹의료 선택 외에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져야 하고, 가족을 위한 유언장 작성, 매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죽음명상을 실천화 하는 등 자신의 남은 인생에 대한 생애설계에서도 죽음과 관련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달라이라마는 ‘행복한 삶 그리고 조용한 죽음’ 저서 (2022)에서 ‘죽음이 중요한 것은 죽음이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평온하게 잘 산 사람이 고요하게 삶을 마감하기 쉽고,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다시 시작하기 쉽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평온해야 하고, 마음이 평온하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참된 행복은 바로 ‘웰다잉’에 있다면서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죽음의 질과 함께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도록 죽음을 준비하는 생명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법정스님은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우주의 선물도 감사히 받아 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아름답게 죽는 법에 대한 지침을 주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의 캐릭터 ‘오그웨이’의 대사로 유명해진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ystery, but today is gift. that is why it is called a ‘present’. (어제는 지나간 역사이고, 내일은 수수께끼, 오늘은 신의 선물이므로 현재/선물이라 부른다)는 현재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이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의 죽음에 우리는 아름답게 죽기 위해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생각 속에 최선을 다하며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김윤신 한양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한국생애설계협회 명예회장, 전)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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