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senior

Home > 뉴스 > 칼럼
프린트 이메일 전송 모바일 전송 리스트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의 100세 시대 생애설계] 시간의 의미
기사입력 2021.05.04 08:58:25
본문 0번째 이미지
시간은 사건을 순서적으로 의식하거나 사건의 지속 시간을 비교하거나 사건들 사이의 간격이나 물체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중요한 측정 단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은 일상생활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 철학, 과학 등 학문의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어 왔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속성을 인식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시간이란 우주 근본구조의 한 부분으로 사건이 순차적으로 일어나 움직이거나 흘러가는 큰 공간과 같은 것이고 측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간은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정하고 비교하는 정신구조의 한 부분일 뿐 측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시간은 또한 물리적 시간(physical time)과 심리적 시간(psychological time)으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시간은 공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기계(시계)로 측정 가능한 것이다. 이에 비해 심리적 시간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의식하는 것인데 같은 물리적 시간이라도 빠르거나 또는 느리게 의식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여인의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몇 시간도 불과 몇 분으로 의식할 수 있는가 하면, 뜨거운 난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몇 분도 몇 시간으로 의식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은 그 자체를 의식하면 할수록 길게 느껴지지만 다른 일에 몰두하여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면 빠르게 느껴진다.

종교적 차원에서는 시간은 직선적인 흐름과 윤회적 흐름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직선적 흐름으로 보는 것은 기독교적 관점의 시간이다. 시간은 처음(창조)에서 종말(예수의 재림)까지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으로 본다. 윤회적 흐름으로 보는 것은 불교적 관점의 시간이며 출생과 소멸이 반복하여 돌아가는 것으로 본다.

또한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chronos)과 의미 있는 시간(kairos)으로 구분된다. 이 구분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개념으로 크로노스는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으로 달력이나 시계로 잴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특정한 시간이나 의미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질 때 카이로스가 된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 의식하는 주관적 시간이라 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1분을 1년처럼 길게 의식할 수도 있고 1년을 1분처럼 짧게 의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다. 중년기에 들어서면 시간을 보는 관점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많이 의식하는 경향으로 바뀐다. 그리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같은 시간도 짧게 인식된다. 어릴 때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데 나이 들수록 점점 짧게 느껴진다. 즉 하루의 길이는 사람마다 자신이 살아온 기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아온 기간이 짧을수록 하루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게 느끼는 반면, 살아온 기간이 길수록 하루 시간은 짧게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면 40세 성인은 10세 어린이보다 하루를 훨씬 짧게 느낀다. 40년에 비교한 하루 비중은 10년에 비교한 하루 비중보다 훨씬 짧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년을 지나면서 지나온 시간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하루, 한 달, 1년의 시간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비해 훨씬 짧게 인식되고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 인식된다.

특히 노년기에 이르면 더욱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으로 인식하는 또 하나의 설명은 새로운 경험과 변화의 정도와 이에 대한 기억의 유무와 연관된 것이다. 지난 시간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거나 변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면 그 시간은 길게 느끼지만 새로운 경험이나 변화도 이에 대한 기억도 없으면 그 시간은 짧게 느낀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할 만한 새로운 경험이 별로 없고 기억력까지 약해지면 기억에 남는 것이 적어지기 때문에 특히 중년기 이후의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생애설계를 통해 우리의 은퇴 이후의 중,노년기를 20,30대 때와 같이 바쁘고, 의미있게 만들어 우리들의 시간이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가 되도록 하자.

[최성재 - 한국생애설계협회 회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AGG) UN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