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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재난 불평등 시대의 각자도생
기사입력 2020.06.01 09: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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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을 받아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재인이 형이 사주는 고기 맛있게 먹자’ 하니 아들이 ‘자기가 사주는 고기’라고 하더군요. 이 모든 부담이 결국 미래 세대에게 지워질 짐 아니냐면서요.” 모 대기업 임원 A씨가 들려준 얘기를 가벼이 흘려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5월 마지막 주를 달군 이슈는 ‘재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얘길 하면서죠. 대통령은 “한국은 재정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 정부 들어 유리한 통계치만 갖다 쓰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국가부채 개념은 D1, D2, D3 세 가지가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해 국가채무(D1)라 합니다. D1에 비영리 공공기관과 각종 연금 충당금을 합친 것을 일반정부 부채(D2)라 합니다. D3는 D2에 공공부문 부채를 합한 것입니다. 보통 국제비교를 할 때는 D2, D3를 씁니다. 40%를 넘지 않는 국가채무비율은 D1입니다. D2로 따지면 당연히 40%를 넘어가지요. OECD 평균 110%도 그렇습니다. 회원국 35개국이 한 국가인 것처럼 부채와 GDP를 몽땅 합쳐 계산한 수치가 110%입니다. 덩치가 큰 미국과 일본 때문에 생긴 착시효과입니다. 국가별 평균을 내면 79%인데, 이미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국가가 된 선진국과 단순 비교는 애매합니다. 무엇보다 재정적자 증가율이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IMF에 따르면 2017~2021년 한국 부채 증가율은 주요 35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 진입 중인 한국은 앞으로도 돈 쓸 일이 천정부지일 텐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가 어떤 그래프를 그릴지도 예상해봤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하지만, ‘Again 코로나’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Again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각국의 태도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재유행하더라도 봉쇄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칩니다. 유럽도 뒤질세라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는 이들이 주로 사회적 약자기 때문은 아닐까요.

CNN이 보도한 유럽 여러 나라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요양원 노인 사망자의 비율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노르웨이 58%, 아일랜드 54%, 벨기에 51%, 프랑스 51%, 스웨덴 49% 등입니다. 사망자 수 10만명을 넘긴 미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50세 이상, 노인 요양시설이나 실버타운, 가난한 사람, 흑인·라티노 등 유색인종이 집중적으로 희생됐습니다.

존 머터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저서 ‘재난 불평등’에서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재난이 가난한 이에게만 가혹한 시대’를 넘어 ‘가난한 이에게 그리고 고령자에게만 가혹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각자도생만이 답일까요?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1호 (2020.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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