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세법개정안 / 개인 세제 ◆

내년부터 근로소득공제에 2000만원 한도가 신설되며, 고액의 임원 퇴직소득도 소득공제 범위가 줄어든다. 문재인정부가 기업 부문에서는 증세 기조를 멈췄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 코드를 이어가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각종 현금지원 정책의 재원을 확보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실제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을 줄여주기 위해 운영하는 근로소득공제에 대해 2000만원 한도가 신설된다. 근로소득공제는 급여 구간에 따라 다른 공제율이 적용되는데, 1억원 초과 구간에서는 2% 공제율이 적용된다. 이전에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소득공제 금액도 늘어났지만 앞으로는 2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기획재정부는 연간 3억6000만원 이상 근로소득을 올리는 경우 근로소득공제 금액이 최대 한도에 달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해당해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자는 약 2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근로소득공제 한도 설정에 따라 연간 64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 중 개인세와 관련해 증세 효과가 가장 큰 대목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올해 엄중한 경기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기업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는 동시에 세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임원의 퇴직금 중 퇴직소득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축소한 것 역시 고소득층을 겨냥한 과세 강화 방안이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퇴직소득으로 인정받는 액수가 기존에 비해 3분의 2로 줄어든다. 임원의 퇴직소득은 근속연수, 퇴직금 액수 등에 따라 공제받아 일반 근로소득에 비해 세 부담이 낮다. 따라서 퇴직소득으로 인정받는 액수가 감소하면 그 초과분이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이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360억원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은 "퇴직소득의 세 부담이 낮은 것을 이용해 일반봉급으로 지급할 분량까지 퇴직소득으로 돌려 세 부담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이에 퇴직소득 계산 산식의 배수를 기존 3배에서 2배로 줄여 과세 형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상습 체납자를 법원 결정에 따라 유치장에 30일 이내로 가둘 수 있도록 하는 개편안도 고소득자의 납세액을 간접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고액·상습 체납자는 국세 체납 횟수 3회, 체납 기간 1년, 체납액 1억원 이상이며,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을 뜻한다. 국세청은 고가주택 또는 자동차를 보유하며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를 집중 수색해 처벌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면세 한도를 넘겨 구매한 물품이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벌금은 1.5배 상향된다. 다만 해외여행을 처음 나갔던 여행자가 신고 규정을 몰라 신고를 놓친 경우는 벌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는 현 정권 지지자들의 표심도 굳건히 하면서 확장적인 재정기조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세법개정안이 정치적 요인에 치우쳐 발표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