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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을 계기로 본 다양한 결혼생활 모습들
기사입력 2017.07.13 20:15:40 | 최종수정 2017.07.13 20:20:34
MBN의 신규 관찰 예능 `따로 또 같이 부부라이프-졸혼 수업(이하 졸혼 수업)`을 통해 연인에서 부부로 25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해 온 연예인 부부를 통해 색다른 싱글 라이프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① 이미 국내에서는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신구와 나문희가 시니어 졸혼 부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하는 기간이 늘어났다. 100세 시대가 시작되면서 반평생 이상같이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그저 참으면서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졌고 이에 따라 한동안 황혼 이혼이 사회적 이슈였다. 황혼 이혼은 보통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한 부부를 통계로 잡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의 약 30%는 황혼 이혼이었다. 특히 결혼생활 30년 이상의 황혼 이혼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이혼은 배우자와 법적으로 모든 관계가 종료된다. 하지만 막상 이혼하려면 현실적인 이유로 망설여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졸혼이나 휴혼(休婚)이 거론되고 있다. 휴혼은 별거처럼 잠시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다. 황혼 이혼이 법적인 졸업이라면 졸혼이나 휴혼은 개인의 ‘자체 숙려 기간’인 셈이다.②

우선 졸혼은 ‘같은 집’에서 생활하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는 ‘동거 스타일’과 부부가 ‘서로의 집’에서 생활하는 ‘별거 스타일’이 있다. ③ 물론 여기에서 사용하는 ‘별거’라는 개념은 통상 우리가 얘기하는 부부관계가 ‘파탄`이 나서 부득이 떨어져 사는 그런 의미와는 다르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별거의 이유가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어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즉 ‘꼴 보기 싫어’ 떨어져 나가는 삶이라면, 졸혼에서 별거의 이유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그 존중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떨어져 사는 삶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인 별거의 이유가 △"상대방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싫어서" △"억압이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 직전의 상황에 몰려서" △"단지 싫어졌기 때문" 등등 부정적인 이유들이 별거의 내용을 구성하지만 졸업과 관련된 별거의 내용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 △"노후에 각자 취미에 더 정진하고 몰두하고 싶어서" △"전원 생활과 도시생활에 따른 생활상의 이유로" △"노약자를 돌보거나 부모의 병간호를 위해" 등등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또 상대의 생활방식을 인정해주는 내용이 별거의 요소로 구성되는 경우이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결혼 관련 수치는 전체 결혼의 1/3이 이혼으로 종결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중 40대 이상의 이혼이 40%를 넘는다. 즉 `부부`라는 형식의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 여의치 않은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혼율만이 문제가 아니다.

결혼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30대 부부들이 60.7%의 만족도를 보인 반면, 중년을 넘어서면서 그 만족도는 급격하게 하락한다. 40대 52.2%, 50대는 43.7%까지 떨어지고 있다. 즉, 살기는 살아도 그저 마지못해 사는 부부가 절반을 넘는다.④

어느 시대에나 결혼이란 흔들기 쉬운 일시적 맺음이며, 또한 시대에 따라 결혼의 본질과 모습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에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 까지’ 라는 서약이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평가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되도록이면’의 뜻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부가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생각하는 기간이 길어졌고, 두 사람을 묶고 있던 환상 혹은 애정이 사막의 바위처럼 풍화되어 가는 빈도도 많아졌다.⑤ 결혼은 이런 시대적 상황요인을 반영하면서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진화 발전되어 왔다.

① 해혼(解婚)/LAT족/결혼 안식년과 휴혼(休婚)

▷ 해혼(解婚)


해혼(解婚)의 뜻은 자녀들이 출가하면 부부가 권리와 의무는 덜어버리고 한 집에 살면서 사이좋게 사는 것으로 인도의 풍습이다. “인도에서 최상위 계층이 브라만 계층이다. 자녀들이 출가하면 해혼식을 했다. 한 집에 사는데 부부의 권리와 의무는 덜어버리고 한 집에서 사이좋게 사는 거다. 간디도 37살에 해혼식을 올리고 수행 길에 나섰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영모 선생이 51세에 해혼식을 하고 91세까지 아내와 오누이처럼 오순도순하게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⑥

당시 마하트마 간디는 서른일곱 살에 아내에게 `해혼식(解婚式)`을 제안했다. 아내는 고민 끝에 동의했다. 해혼 한 뒤 간디는 고행의 길을 떠났다. 결혼이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것이라면, 해혼은 혼인 관계를 풀어주는 것이다. 부부가 불화로 갈라서는 이혼과는 다르다. 하나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인도엔 오래전부터 해혼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부부가 자식 키우며 열심히 살다 자녀가 결혼하면 각자 원하는 대로 사는 방식이다.⑦ 몇 년 전 은퇴한 한 언론인도 경상도 고향으로 돌아간 뒤 아내에게 "해혼 생활을 하자"고 했다. 각자 하고 싶은 일하며 간섭하지 말자 했다. 아내는 남편이 멋대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줄 알고 펄쩍 뛰었다. 남편 생각은 달랐다. 자기는 시골 생활에 익숙하지만 도시 출신 아내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남편 신경 쓰지 말고 친구 만나고 여행도 다니라는 배려였다. 그는 "늙어 이혼하지 않으려면 해혼 하라"고 권했다.⑧

▷ LAT(Live Apart Together)족

LAT족은 말 그대로 `떨어져서 함께 사는` 부부다. 하지만 이혼의 전 단계쯤으로 여겨지는 별거와는 다르다. LAT 부부들은 각자의 거처를 두고 따로 살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자식도 함께 돌본다. 주말이나 주 중에 정기적으로 가족으로 뭉친다.

LAT족이 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각자 취미가 다르거나 생활 패턴이 다른 부부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고 따로 생활하는 경우가 있고, 직장이 멀리 떨어진 맞벌이 `주말부부`도 있다. 최근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결혼 전부터 각자 집을 소유하는 등 경제적 이유도 있다.

일각에서는 부부가 서로 구속을 받기 싫어한다면 별거랑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LAT 옹호론자들은 "부부관계를 오히려 더 신선하게 유지해 준다"고 주장한다. 각자 돈을 버는 만큼 경제적 다툼이 없으며,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기 쉬운 부부싸움도 크게 줄어들어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다.

LAT족은 생각보다 많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인 약 200만 명이 LAT족이다. LAT 족은 과거에도 있었다. 19세기 작곡가 쇼팽과 20세기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장 폴 샤르트르 등도 LAT 생활을 영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일궈냈다.⑨

▷ 결혼 안식년과 휴혼(休婚)

‘결혼 안식년’은 일정 기간 배우자와 떨어져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영원히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둘 사이의 치명적 오류에 숨구멍을 내주는, 100세 시대의 긴 결혼생활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묘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⑩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을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고/ 혼인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 테니까요.”

-‘공항에서 쓸 편지’/ 문정희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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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BS TV <다큐프라임>이 2부작 <결혼 안식휴가> 편을 내보냈던 제작진은 "현재 결혼 생활에 갈등이 있든 없든 결혼 안식휴가는 부부에게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실제 결과도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단 결혼 안식년은 쌍방의 합의와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반드시 배우자에게 돌아온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또 결혼 안식년이 부부의 근본적 갈등과 문제를 잠시 회피하기 위한 것일 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1.미국 언론인 셰릴 자비스의 『결혼 안식년: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은 결혼 안식 기간을 가졌던 55명의 여성과 그들의 배우자 일부를 인터뷰한 책이다. 30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일주일 이상 남편과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저자는 50대에 3개월간의 안식기간을 갖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55명의 여성은 각기 독서에 몰입하기 위해 6개월, 유럽에서 공부하거나 가르치기 위해 여름 몇 개월, 평생의 꿈이었던 평화봉사단이 되기 위해 2년 등의 결혼 안식기를 가졌다.

공통점은 이혼 전 별거와 달리 반드시 배우자에게로 되돌아온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는 것. 자비스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결혼 안식년은 반드시 결혼 안에서의 안식년이어야 하며, 관계로부터의 안식이라기보다 루틴한 일상으로부터의 분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 안식년의 목표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재충전 되어 결혼제도로 복귀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결혼 안식년의 장점은 분명하다. 남편 및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되찾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에 요긴하다.

부재는 갈망의 최대 원인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사물로서 존재하던 배우자를 다시 한 번 욕망의 대상으로 재인식할 기회가 되며, 극단적인 스트레스와 갈등으로부터 휴지기를 가짐으로써 자신을 치유하고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점을 얻을 수 있다.⑫

#2.결혼 안식년이 모두에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쌍방의 합의 없는 배우자 일방의 이기적 행태이거나 가족-특히 자녀-을 유기했다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자기 계발에 그칠 수도 있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주기적으로 짧은 휴가를 가는 것과 장기적으로 안식년을 갖는 것은 결코 같을 수 없다면서 후자는 결국 이혼으로 가는 우회로라고 반대하기도 한다. 특히 결혼 기간이 짧은 부부는 상호이해의 토대가 두텁지 않아 결별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원리에 따라 새로운 욕망의 대상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이혼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사이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다면 돌아온다손 치더라도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한시적으로 덮어두는 회피일 경우 함께 소통하고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상실한 채 문제 상황을 유예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심리치료전문가 프란 월피시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 결혼 안식년보다는 규칙적인 짧은 휴가가 훨씬 더 위기의 결혼생활을 구원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일주일에 특정 시간은 부부 각자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일종의 부부생활 디톡스인 셈이다.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하나, 풀타임 배우자로 일평생 100세 시대의 긴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결혼 안식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⑬

#3. 졸혼이 ‘결혼 졸업’이라면 휴혼(休婚)은 ‘결혼 휴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기간 동안 가족 부양을 하느라고 힘들게 살아왔던 사람이 일정 기간 휴식기간을 갖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사생활을 즐기자는 것이다.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에서 김혜자는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업을 선언하고 집을 떠나기도 했는데 휴혼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대학교수들은 6개월 또는 1년간의 안식년을 갖는데 이 기간에 하고 싶은 연구도 하고 견문도 넓히고 재충전하고 돌아와 교수생활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결혼생활에도 휴식 기간을 갖게 되면 개인 생활을 누리고 돌아와 새로운 기분으로 결혼생활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이 휴혼은 노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나이의 부부에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시집과의 불화로 이혼하려는 젊은 부인들이 일정 기간 가사노동과 시부모 봉양의 의무를 내려놓고 자기만의 시간과 생활을 갖게 된다면 갈등을 없애고 화해와 재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젊은 날의 이혼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⑭

휴혼과 관련 ‘동치미’에서 방송인 허수경이 어머니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허수경은 “우리 부모님은 현재 휴혼 중이다. 서로 잠시 떨어져 지내는 의미로 내가 휴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머니가 최근에 건강이 악화하셔서 내가 자체적으로 휴식을 드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⑮

또 졸혼과 관련 ‘세파라숑’과 ‘사보’ 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방송인 이다도시가 관련 좌담회에서 “졸혼은 이미 있는 현상인 것 같다”라며 “서양에선 보통 이 상태가 이혼 전 단계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는 세파라숑이라고 있는데 법적으로 말고 헤어져 살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던가, 이혼을 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서양에선 졸혼 해서 친구처럼 지낸다”라고 추가로 말했다.⑯

스웨덴에도 졸혼과 비슷한 사보(SARBO)라는 결혼의 대안이 있다고 한다. 사보는 자식들을 독립시킨 부부가 각자의 거처에 따로 살면서 배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각자의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가끔 밖에서 만나 밥도 먹는다.⑰

② `관리 별거`/ 이혼 대신 ‘별거’/ ‘쇼윈도 부부’

우리 주변의 사람들 가운데에도 배우자의 생활에 완전히 무관심한 부부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부 중 한쪽 또는 서로가 배우자가 기뻐하는 일,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무엇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알지 못한다. 남편은 현대 예술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예술가가 누구인지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의 친구들 이름도 모르고,그녀가 직장에서 언제나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귓등으로 흘려듣는다.⑱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이틀간 밤낮 사투 끝에 잡아 올린 대형 참세치를 어부 산티아고는 결국 상어들 습격으로 ‘뼈만 남은 텅 빈 잔해’를 물에 반사된 가로등 빛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⑲ 소설 속에 묘사된 ‘뼈만 남은 텅 빈 잔해’의 표현이 현재 우리의 결혼 모습과 오버랩 되고 있다.

▷ `관리별거`

‘관리별거’란 일정 기간 양방의 행동에 대한 세부 사항이 명기된 계약에 따라 부부가 별거 생활을 하며 결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이 `이혼의 시대`로 부를 만큼 많은 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이혼으로 가는 별거 생활을 하는 가운데 결혼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서의 새로운 별거 형태가 시카고 지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의 CBS TV는 결혼 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는 부부들 사이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떠오르고 있는 `관리 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부문제 전문가인 멕 헤이크래프트는 "관리 별거는 일정 기간 양방의 행동에 대한 세부 사항이 명기된 계약에 따라 부부가 별거 생활을 하며 결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상의 리 라파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관리 별거의 계약 내용은 이혼 변호사가 아닌 카운슬러에 의해 협의가 끝나는데 부부들은 관리 별거 기간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 뒤 얼마 동안 계약을 유지할지와 누가 이사를 나갈 것인지는 물론 자녀 양육, 상호 방문, 데이트, 성관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협상, 계약서에 명기하게 된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부부들은 이를 연장할지, 혹은 재결합할지, 아니면 이혼할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관리 별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부부가 이혼을 피해 재결합을 시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CBS는 이 같은 관리 별거를 경험했던 부부들 가운데 한때 대화단절 등 결혼생활 위기를 겪다 현재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크룩씨 부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헤이크래프트는 "관리 별거의 계약에 명기된 구체적인 사항들은 문제를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과거 자신의 행동들을 바로잡고 싶어하도록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450만 명이 별거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⑳

우리에게 있어서 별거 기간은 우리가 긍정적으로 변해야 할 마지막 시간 또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혼하기를 원하는 배우자조차 실제로 그렇게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양면적 갈등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별거기간 동안 우리가 즉, 나 자신이 우리의 결혼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상대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유일한 기회이자 마지막 시간이 될 수 있다.㉑

▷ 이혼 대신 ‘별거’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첫 번째 부인인 수잔과 1977년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수잔은 주식에 미친 버핏이 가정에 좀 더 충실하길 원했다고 최근 출간된 버핏의 자서전은 적고 있다. 그는 수잔과 별거하던 기간에 16살 연하의 아스트리드 멘크스와 살림을 차렸으나 수잔과 법적으로 이혼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화가 윌리엄 드 쿠닝도 그의 부인이 1989년 죽을 때까지 34년 동안 이혼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별거했다. 미국 사회에서 이혼 대신 별거를 선택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버핏이나 쿠닝 같은 유명인사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 버지니아주에 사는 존 프로스트와 그의 아내는 25년 차 부부이나 애정이 식은 지 오래다. 부부 사이의 결혼생활은 2000년 프로스트가 테네시주 녹스빌로 파견 발령을 받으면서 사실상 끝이 났다. 혼자 녹스빌로 떠난 프로스트는 이혼을 생각했으나 별거생활이 지속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부 모두 별거생활에 익숙해졌고 함께 살 때보다 더 잘 지내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이나 세금 문제에서도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린 골드 비킨은 “이혼은 하지 않고 서로 친구처럼 지내면서 각자 생활을 꾸려가는 별거부부들이 곳곳에 있다”면서 “그들은 함께 살기를 원치 않을 뿐 상대방에 대해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부부들”이라고 말했다. 이혼 변호사인 실레스트 리버시지는 “이혼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별거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㉒ 하지만 이혼선택을 원했지만 어느 한 쪽이 이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본의 아니게 별거상태에 들어간 예도 있다.

최**(55)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부부 파경’을 고백하는 편지 내용을 당시에 공개했다. 편지에 따르면, 최 회장은 “알려진 대로 저희(최**-노** 부부)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하고 있다”며 서로가 결혼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혼을 논의했음을 언급했다.㉓ 또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김**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의 홍** 감독은 2014년 9월 말 김**와의 관계를 가족에게 알린 뒤 집을 나와 아내와 별거에 돌입했다고 알려졌다.㉔ 홍 감독의 2015년 작품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시간의 도래를 기대하면서 상대로부터 이혼이 받아들여져, 현재의 ‘별거’상태를 청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1.‘졸혼’이 안된다면 ‘별거’라도 - 지난 4월부터 e 채널을 통해 방영되며 중장년층 사이에 소소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별거가 별거냐>는 `결혼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를 모토로 건다.

잉꼬 부부로 널리 알려진 결혼 14년 차 김지영-남성진 부부, 19년차 이철민-김미경 부부, 11년 차 사강-신세호 부부 등을 등장하여 아슬아슬 위기의 부부상을 보여주며,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별거`를 제안한다.

술 마시는 남편과 가정적인 아내, 살림하는 남편과 외향적인 아내, 잔소리 많은 아내와 자유롭고 싶은 남편, 부부라는 이름만으로는 버거운 위기의 부부들이 `이혼` 대신 `별거`라는 애교 있는 해법을 택하는 모습을 리얼리티로 방영한다. 즉, `졸혼`은 아니지만, 잠재적 졸혼으로 중년 부부의 위기를 돌파하는 또 다른 결혼의 해법이다.㉕

#2.홍콩의 살인적인 집값이 `별거하는 신혼부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 30대 초반의 홍콩인 짐 라이와 그레이스 라이 부부는 5개월 전 결혼했지만 각자 부모님 댁에서 따로 살고 있다. 신부 그레이스 씨는 "월급 대부분을 집세에 쏟아 붓는 친구들도 있다"며 "그렇게 시달리면서까지 독립해서 살아야 하나요?"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부부를 소개하며, 홍콩의 살인적인 집값이 `별거하는 신혼부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인 `홍콩아이디어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혼했지만, 따로 사는 부부의 수는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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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쇼윈도 부부’

‘쇼윈도 부부’는 화려하고 깔끔하게 상품을 진열해 놓은 백화점이나 상점의 쇼윈도처럼 실제로는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마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부부들을 말한다.㉗

얼마 전 천재피아니스트와 그의 재능을 발견한 스승과의 은밀한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 <밀회>가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극중 부부로 나오는 오혜원(김희애 분)과 강준형(박혁권 분)은 부부간에 애정도 없고 사랑도 없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부부가 되었고 그렇게 살아갈 뿐이며 같은 방에서 자지만 서로 다른 침대에서 잠들고 아이를 가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심지어 남편 강준형은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후에도 아내의 외도에 화를 내기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지를 고민한다.

이렇듯 남들 보기에 애정이 많이 부부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부부를 “쇼윈도 부부”라고 한다. 말 그대로 보기에만 그럴듯한 부부라는 뜻이다.㉘

행복출발은 자사 돌싱 회원 791명(남성 406명, 여성 385명)을 대상으로 쇼윈도 부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돌싱 10명 중 7명은 이혼 전 쇼윈도 부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남성 응답자의 70.7%와 여성 응답자의 69.1%가 이혼 전 형식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했다고 답해 쇼윈도 부부가 이혼으로 가는 직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 48.5%는 ‘극복할 수 있는 냉전기’라고 생각했지만, 여성 79.7%는 ‘이혼의 전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윈도 부부로 가장한 대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직장동료(37.6%)’, ‘가족·친지’(31.4%), ‘친구’(24.7%), ‘이웃’(6.3%) 순으로, 여성은 ‘가족·친지’(38.7%), ‘친구’(27.8%), ‘직장동료’(17.7%), ‘이웃’(15.8%) 순으로 답했다.㉙

결혼에서 흔히 발견되는 친밀감을 망가뜨리는 것은 한 번의 심각한 행동이 아니라 의논되지 않은 채, 치유되지 않은 채 내버려진 사소한 상처들의 축적이다. 결혼에 실패한 한 남자가 그와 아내가 맞게 되었던 상황에 대해 슬프지만, 구체적인 글을 썼다.㉚

어째든 우리의 결혼은 지옥 같지는 않았다.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아내와 나는 서로 미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서로 짜증 나게 했을 뿐이다. 수년에 걸쳐 우리는 해결되지 않은 사소한 유감들을 창고 가득 모아왔다. 우리의 결혼은 마치 겉은 작은 실망들과 사소한 불평들로 치장되고, 내부는 부속품들이 더는 끼워 맞춰지지 않는 기계와 같았다.

상처는 우리가 사랑 없이 상대를 대할 때마다 생겨난다. 즉, 상의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냉담함을 보일 때, 격려보다 비난이 우세할 때, 두 사람이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을 다른 사람 혹은 다른 활동에 빼앗길 때, 선물도 없이 생일을 보내고 결혼기념일을 기억조차 못 할 때, 이기심과 게으름이 사랑 어린 행동을 대신할 때, 친절에 감사하지 않을 때, 안으려고 하는데 " 내가 지금 바쁜 거 안 보여"라고 반응할 때.

사랑이 넘치는 결혼에서도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때가 있다. 가끔은 일부러 그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상처로, 이 경우 나 때문에 겪는 고통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상처는 신뢰와 정직함이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사실 상처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더욱 큰 이해와 친밀감을 만든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마음을 둘러싼 벽은 높아져만 가고 시멘트는 단단해져서 친밀함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게 되거나, 때로는 결혼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마크 고만(Mark Gorman)의 말처럼, 사실 “결혼은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고. 그것은 지속에 관한 것이다.”(Marriage isn`t about winning. It`s about lasting).㉛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졸혼(卒婚のススメ, 소쓰콘) 이라는 화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결혼 25년 차 조민기, ‘졸혼수업‘ 받는다, 2017.05.26

② 헬스경향 이나영 객원기자,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③시니어이혼의 새로운 트렌드, 졸혼과 휴혼, 2017.03.27

③ 執筆者 サラ, 卒婚は同居や別居もルールがある!, per voi(http://pervoi.pink), 2017년 3월 8일

④ 이정희 시민기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부부`, 이대로 좋을까?, 오마이뉴스, 2016.10.14

⑤ A.알바레즈, 이혼이야기, 심정인 역, 명경(1992), p.17

⑥ 황지연 기자, 졸혼, 인도에서는 ‘해혼’의 뜻…부부에서 친구로 ‘유체이탈’, 경기도민일보, 2017.01.25

⑦ 강인선 논설위원, [만물상] `졸혼(卒婚)`, 조선일보, 2016.05.12

⑧ 강인선 논설위원, 위의 글

⑨ 안석호 기자, ‘따로 또 같이’ 부부 급증, 세계일보, 2009.08.10

⑩ 미주한국일보, 더 깊은 사랑 원하면 ‘결혼 안식년’ 가지세요, 2016-12-28

⑪ 박선영 기자, 더 깊은 사랑 원한다면 `결혼 안식년` 가지세요, 한국일보, 2016.12.14

⑫ 권경성 기자, "결혼 생활에도 `안식년`이 필요하다", mediatoday.co.kr, 2008년 07월 14일

⑬ 미주한국일보, 위의 글

⑭ [김원태 전남대 명예교수], 황혼이혼, 졸혼 그리고 휴혼, 광주일보, 2017. 02.10

⑮ [텐아시아=유찬희 인턴기자] ,‘동치미’ 허수경 “부모님 휴혼 중…어머니 가출 내가 도왔다,”, 2017/02/03

⑯ 온라인 팀, 이다도시 “졸혼? 이미 있는 현상인 것 같다”, sportsworldi.com, 2017-04-02

⑰ 최초희 기자,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메디칼투데이, 2017.03.05

⑱ 존 M.고트맨& 낸 실버,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 임주현 옮김, 문학사상사(2002), p. 68

⑲ 무기`s 읽은 책들,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s님의 서재(http://blog.aladin.co.kr), 2012-11-22, 내용 참고정리

⑳ (시카고=연합뉴스), 이혼 아닌 재결합 위한 `관리별거` 확산, 중앙일보, 2005.09.08

㉑ BY MARNI FEUERMAN, Help! My Spouse Just Asked for a Divorce, the spruce(https://www.thespruce.com), Updated 05/24/16, 내용 참고정리

㉒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글로벌 토크] 이혼 대신 별거 택하는 미국인… 왜?, <세계일보>, 2010.08.11

㉓ 조재성 기자, 최태원 SK 회장 `파경-불륜` 자백편지 왜?, 이코노믹리뷰, 2015.12.29, 필자 기사내용 일부 요약정리

㉔ 조명현 기자, 홍상수 감독·김민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 지난해 6월부터의 행적, focus.kr, 2017-03-13, 필자 기사내용 일부 요약정리

㉕ 이정희 시민기자, 졸혼, 시대를 앞서 가는 예능 트렌드? - <살림하는 남자>, <까칠 남녀>, <별거가 별거냐?>, 오마이뉴스, 2017.04.12

㉖ 김현이 기자, 홍콩판 `캥거루족`…결혼해도 따로 사는 신혼부부들, 포커스뉴스, 2016-03-21

㉗ 권순일 기자, 돌싱 10명중 7명 “우린 쇼윈도 부부였다”, 코메디닷컴, 2014.03.11

㉘ [박두원 기획취재팀장], 각방 쓰는 쇼윈도 부부, 이혼사유 될까?, 매일경제, 2014.09.24

㉙ 권순일 기자, 위의 글

㉚ 니키&실라리, 결혼, 알파코리아 역, 서로사랑(2007), p.150-151

㉛ sitive Marriage Quotes, Happy Wives Club(http://www.happywivesclub.com)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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