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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약 건보혜택 대폭 축소…환자 치료 기회 박탈 논란
심평원 경증환자 혜택 축소
치매 185만명중 80% 대상
환자 본인부담률 5%→80%
기사입력 2020.06.11 20:51:47 | 최종수정 2020.06.11 20: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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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인지장애 치료나 치매 예방 목적으로 치매약을 복용하려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표적인 국내 치매약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해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축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열어 기존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 범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대상 약물은 대웅바이오 등 국내 128개 제약사가 판매하고 있는 234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약물은 총 185만명 환자에게 3525억원어치가 처방됐다.

원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뇌혈관 결손이나 변성·퇴행성 정신증후군, 기억력 저하·착란, 의욕·자발성 저하로 인한 방향감각 장애 등을 겪는 `중증 또는 일반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약이다. 하지만 치매로 이행되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복용할 때에도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환자들은 약값의 5%만 자가 부담해왔다. 하지만 약평위는 중증·일반 치매를 치료하는 효능에만 현행 급여를 유지하고 나머지 경도인지장애나 정서불안, 노인성 우울증 등 기타 질환에 대해선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선별급여를 적용하면 환자 본인부담률이 80%로 올라간다. 보험급여를 대폭 축소한 셈이다.

지난해 국내 치매 관련 환자 185만명 중 중증·일반 치매 환자는 33만여 명 수준이었고 나머지 150만여 명은 대부분 경도인지장애나 기타 뇌 관련 질환자들이었다. 처방액을 비교해봐도 중증·일반 치매환자에게 처방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600억원 남짓인 반면 나머지 질환자들에게 처방된 규모는 290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중증 치매환자 처방액은 203억원, 일반 치매환자 처방액은 400억원이었으며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처방된 규모는 1170억원에 달한다. 기타 뇌 관련 질환 처방액은 가장 높은 1357억원이었으며 기타 불안장애나 우울 관련 질환 처방액도 400억원에 가까웠다. 치매보다는 치매에 가깝거나 치매가 우려되는 질환에 쓰인 약물 처방액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번 약평위 결정의 파장은 클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약평위 결정에 따라 경도인지장애 이하 질환자들이 환자 본인부담률(80%)이 높아 약 처방을 회피할 경우 2900억원대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이 위축되면서 제약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처방액이 가장 많은 곳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으로 총 151억원에 달한다.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 13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유한양행, 대원제약, 한미약품, 제일약품, 셀트리온제약 등 중견 제약사들도 올 1분기 30억원 내외로 비록 처방액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조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치매를 제외한 다른 질환에서 효능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이번 선별급여 적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는 건보 재정 확충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제약사 관계자는 "건보 재정을 위해 덜컥 이런 결정을 내리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약평위 결과가 보험급여 변동을 최종 확정하는 건 아니다. 심평원은 약평위 결과를 해당 제약사들에 발송하는데 이를 받은 제약사들이 일정 기간 안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심평원은 이 내용을 검토한 후 다시 약평위에 상정해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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