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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든, 머물든
저자 베르나르 올리비에 역자 임수현
출판사 효형출판 페이지 224
발행일 20091130 가격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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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저자/역자목차
당신이 어떤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는 걸 잘 압니다 은퇴할 준비는 되어있습니까?
  “당신의 은퇴 비용을 청산할 때가 되었습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에게 최후의 일격은 이렇게 찾아온다.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 통의 편지로. 당신은 ‘청산’되었다고. 스탈린 체제가 아닌 사회보장보험에 의해서. 그는 가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뒤 열여섯 살 때부터 토목공, 항만 노동자, 가게 점원, 포도주 외판원, 체육교사 등 손대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 후 강건한 독학자로 삶에 복무, 30여 년간 [파리 마치], [르마탱], [르피가로] 등 유수의 프랑스 신문 및 잡지사에서 정치부·경제부 기자로 밤낮 없이 일했다. 아파트를 마련해야 했으며, 아이들의 학업을 뒷받침해줘야 했고, 이런저런 납기일과 싸우며 부단히 뛰어야 했다. 그리고 문득 예순이 되었다. 사회보장보험은 자신보다 더 자신의 이력에 신경을 쓴 친절하기 짝이 없는 한 통의 편지로 급기야 그에게 ‘폐기 처분’을 선고한다. 은퇴는 안개처럼 스멀스멀 다가와 불현듯 적처럼 그를 포위한다. 은퇴! 그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평범한 은퇴자’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돌아왔다 인생은 은퇴하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
  4년간 1만 2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다만 두 발로 걸으며 세상을 누볐던 베르나르 올리비에. 현대판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라 할 만한 대장정을 마치고 펴냈던 [나는 걷는다](전3권) 이후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한 편의 장대한 대서사시를 방불케 하는 특별한  실크로드 모험담 [나는 걷는다]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2003년 출간 이래 중쇄를 거듭,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왔다. 한국 독자들의 열광에 힙입어 2004년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도 했던 그는 이제 일흔이 되었고 ‘평범한 은퇴자’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섰다.
  은퇴를 맞기 전 그는 점점 침몰하는 배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고 고백한다. 아내의 죽음, 자식들의 독립, 고독, 그리고 사회로부터 싸늘하게 통보된 그의 ‘죽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의 날들이 이어졌고, 그 나락으로부터 그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걷기였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걸으며 그는 지난 60년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은퇴란 청산도 휴식도 거대한 고독도 아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인생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임을 발견한다. 은퇴가 끝이 아니라 믿기 어려운 시작임을 깨친 그는, 자신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이 황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한다. 흔들의자에 앉아 지난 삶을 반추하며 흔들거리고 앉아있기에 이 시간은 너무 귀중했던 것. 바다에병을 던지듯 홀연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던져 4년간의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떠난 것도 그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하나의 새로운 길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은퇴를 받아들였는지 어떻게 누리고 가꾸었는지 비로소 어떻게 음미했는지, [떠나든, 머물든]의 여정을 통해 말한다. 하루하루 그저 삶을 연명하는 나약한 잠재적 은퇴자들에게. “그럼 도대체 언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평생 동안, 사람들은 부모님을, 선생님을, 사장을, 배우자를, 자식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일했고, 이성의 이름으로, 집세와 국가의 이름으로 땀을 흘려왔다. 그만, 그만하면 됐다. 자신을 위해 일할 권리를 찾을 때가 있는 것 아닌가……” 그에 의하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고, 인생은 은퇴 후 마침내 다시 시작된다. 

은퇴를 사는, 은퇴를 살게 될, 모든 이에게 전하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인생 예찬
  그는 노인, 시니어, 연장자, 제3세대, 제3의 나이, 비활동 인구, 연금생활자 등 다분히 불명예스러운 뉘앙스로 박제된 은퇴와 노년과 나이듦에 대한 이미지를 성숙, 지혜, 균형, 문화 등의 가치를 대변하고 사회에 어떤 식의 아름다움을 부여할 수 있는 ‘어른’이라는 자격에 대한 몫을 구한다. 은퇴 후 그가 찾은 어른으로서의 소명의식은 2000년 ‘문턱(seuil)` 협회가 창설됨으로써 충만함을 얻는다. 경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감옥에 보내는 대신 몇 주간의 도보여행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이 단체는 젊은이와 노인 사이의 소통과 연대를 꿈꾸는 그의 아름다운 사회적 제안이다. 그와 생각을 같이한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단체들의 도움으로 그 소통과 연대의 뜻은 지금까지 잘 펼쳐지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생의 모든 시기에 있어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은퇴란, 그와는 달리,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다. 만약 당신이 그 시기를 망친다면, 당신은 다른 누구에게도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은퇴란 고독의 나락도, 수렁도, 흔들의자에 가만히 몸을 맡긴 채 추억을 모이처럼 곱씹는 거대한 휴가는 더더욱 아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은퇴란 멋진 것이며, 비로소 진짜 삶을 맛보게 되는 자신만의 디저트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 후식을 즐길 수 있느냐 아니냐는 언제나 고민하는 자의 몫일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은퇴 생활의 한 지침서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올리비에가 제기한 사회적 문제의식, 그리고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모든 세대를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제3시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젊은이’임을, 작가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이란 얼마나 안이한 단어인지, 그의 은퇴 후 지난 십 년은 말한다. [떠나든, 머물든]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은퇴 생활 십 년에 대한 열정의 보고서이자, 앞으로 시작될 삶에 대한 그의 충만한 계획서이기도 하다. 결국 인생은 나이가 아닌 열정의 문제임을 그는 은퇴를 사는, 은퇴를 살게 될 모든 이에게 온몸으로 증거한다. 

“나는 걷고, 그게 다였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걷기의 윤리학(倫理學)을 말하다

  예순 살, 은퇴와 더불어 삶이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를 구한 것은 걷기였다.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 인생의 찌꺼기들을 버리기 위해, 거리를 두기 위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고思考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젊은이는 닥쳐올 삶에 대해, 노인은 가버린 삶에 대해 질문하며, 오직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었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사막의 티끌 하나와도 같았던 자신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만드는 우정의 기적을 마주했던 실크로드 길 위의 시간들. 그는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걷는 것은 육체적인 운동이 아니라 정신적인 운동”이라는 그의 지론은 두 발은 퇴화된 채 엉덩이에 의존하여 어디서건 걸터앉으려고만 하는 우리의 무신경하고 얄팍한 습관을 부끄럽게 만든다. “사실 엄청나게 걷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그것은 점점 더 커진다”는그의 말은 걷기가 단순히 신체적인 작동에 머무르지 않고 정신을 지배하는 어떤 경지임을 의미한다. 그는 실크로드 최초의 도보여행자라는 자신의 닉네임에 대해서도 영웅 칭호 붙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그저 한 발을 기꺼이 다른 한 발 앞에 놓기를 대략 1500만 번 정도 되풀이하면 되는 일”이라고, “사람들이 수백만 년 전부터 해오던 일이고 누구도 그걸 자랑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조용히 말한다. 그의 이 ‘비범한 평범’이 선사한 가슴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생의 충일감은 그의 나이 일흔이 넘은 지금, [떠나든, 머물든]을 통해 다시 한 번 고스란히 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