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늙어 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의 현상만은 아니다. 유엔의 연령별 세계 인구 추세를 보면 세계 인구 구성은 피라미드형에서 달항아리형으로 바뀌어 가는 중으로, 올해 전 세계 인구의 중위 연령이 30세를 처음 넘길 전망이다.
인구 중위 연령이 40·50대에 고착되는 `영원한 중년`이 지구 규모의 트렌드인 것이다. 게다가 새로 편입된 20·30대 인구 중 절반이 중국인과 인도인임을 감안하면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은 `영원한 노년`에 편입될 것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2020년은 욜드(Yold) 시대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세계 경제 대전망`에 따르면 늙어 가는 선진 세계에서 욜드의 힘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욜드는 영 올드(Young Old)의 줄임말로, 일본에서 만 65세에서 만 75세 사이의 인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1955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한국에선 `58년 개띠` 이후 10여 년 정도가 해당할 것이다. 요즈음 이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젊은 노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출현하고 있다.
욜드는 이전 세대보다 더 숫자가 많고 더 건강하며 더 부유하다. 이들이 사회 전면에 떠오르면서 전혀 다른 노년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정년 연장에 애쓸 뿐 아니라 은퇴 후에도 사회 경제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활동을 멈추기에는 아직 이들 앞에 기나긴 삶이 남아 있다.
이들의 저항에 따라 유럽 등에서는 만 65~69세에도 직장을 다니는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등 새로운 노동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욜드는 역사상 가장 건강한 노인에 속한다. 이들은 의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 건강 수명을 나날이 늘려 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5년까지 선진국 인구의 평균 건강 수명은 3.2년이나 늘어났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생산성을 유지할 만큼 건강하지만, 이들에게 맞춘 정부 정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는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망성이 높다.
또 욜드는 다른 모든 세대보다 평균 자산이 많다. 미국에서 만 62세 이상 가장이 이끄는 가족의 자산 보유액 중간값은 1989년에서 2013년 사이에 40%가량 증가했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 역시 비슷하다. 이들의 은퇴 생활과 관련 있는 비즈니스, 특히 여행·교육·금융 서비스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욜드의 시대가 왔다. 젊은 노인들이 사회를 바꿔 가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이들과 어떻게 발맞출 것인지를 고민할 때가 됐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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