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쿠날 차터지 비자 싱가포르 지사장은 핀테크 혁신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포용적 디지털 금융`이라는 말을 꺼냈다. "낙오자 없이 모든 사람을 다 같이 품고 가는 것이 우리로서는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비자가 현지에서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 고령층의 금융생활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연구라고 덧붙였다.

어느 회사보다 금융기술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비자의 지사장이 이런 말을 꺼내니 뜻밖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말이기도 했다. 디지털 금융 발전과 소외계층 양산 방지가 상충되거나 따로따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한 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디지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핀테크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도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된 상태다.

반면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정책이나 회사는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금융 양극화`는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70대 중에서 모바일뱅킹을 쓰는 인구는 단 6%에 불과하다.

물론 일부 은행은 어르신 전용 점포를 만드는 등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같은 비영리 사단법인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 디지털 금융시대 속 낙오자 문제는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활발하게 사회·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인구는 대부분 기술 발전의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술 발전을 막을 수도 없지 않으냐" "교육을 해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라는 말도 취재 과정에서 종종 들렸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디지털 금융과 소외계층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 문맹`이 대한민국에서는 더욱더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본지가 보도한 `노인을 위한 금융은 없다` 기사에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 안 하면 우리 세대도 나이 들어 똑같이 당한다`와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과 사업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일인 이유다.

[금융부 = 김강래 기자 kangrae@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