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답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마주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65세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이 되었고, 203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30%, 2050년에는 40%에 도달할 전망으로 극초고령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국가 정책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인구 구조의 급변은 산업 구조와 사회 시스템 전반의 재정비를 요구한다.

2006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인구학적-사회경제적 문제를 체험한 일본의 경험을 참고하여 고령화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해본다.

최근의 시니어는 기존의 쇠약하고 의욕 없는 모습이 아닌, 활동적이고, 스마트 기기 사용에 적극적이고, 은퇴 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일구어 나가길 원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세상과의 연결을 지속하는 생존 방식이다. 특히 디지털 소외 또는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층이 학습을 통해 기술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사회적 고립을 극복할 수 있다면 AI 네이티브 세대와의 세대간 협동에 의한 공동 창조 사회로 곧 디지털 포용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5)에 따르면, 행복지수 상위국인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의 공통점은 세대 간 원만한 관계와 낮은 사회적 고립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자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1만 4,872명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이며, 특히 10~40대의 주요 사망원인이 자살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노인 자살률 역시 OECD 평균의 4배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청년층의 취업난, 경쟁사회, 노인 빈곤 등 복합적 요인과 더불어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최근 자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지목하며 대책을 지시한 바 있다.

행복의 척도는 개별적 요소의 집합이라기보다, 인간 관계의 질이나 상호 의존의 밀도에 의해서 지탱되고 있다 하겠다. 예를 들면, 부모 세대와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젊은 층은 심리적인 안정과 자기 긍정성을 누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다른 세대와도 교류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독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다.

최근 일본 사회는 세대간 행복도에 현저한 격차를 안고 있다. 젊은층은 고령층에 비해 경제수준이 낮아 불안감을 많이 안고 있지만, AI에 기대를 가지고 적극 활용하는 ‘AI 네이티브’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한편,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행복도가 높지만, AI 기술 활용에 대한 저항감이나 미사용의 경향이 있어 향후의 AI를 활용한 정책이나 생활환경 적용에 염려가 있다.

이같은 일본의 예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서둘러야 할 것은 고령자 대상 교육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취미나 건강교육을 포함한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교육,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직업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령자들이 희망하면 대학과 대학원 정규교육과정 진학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은 고령인구가 지속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생존 독립성과 생산력 및 생산 의욕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단순한 세대 간의 비교나 단절에 머물지 않고, 젊은이가 시니어에게 AI의 사용법을 가르치고, 시니어가 젊은이에게 경험과 통찰을 전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이어져야 한다.

일본은 지자체 별로 ‘시니어대학’을 설치하여 고령자들이 삶의 방식을 재설계하기 위한 거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배움을 통해서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풍부해질 수 있는 구조이며, 「단지 장수한다」에서 「활기차게 산다」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니어대학‘에 다니는 또 하나의 큰 매력은, 심신의 건강 유지에 직결되고 배움터를 찾아 동료들과 교류하고 지식과 기술을 흡수하는 행위 자체가 시니어 세대의 건강수명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앤드루 스콧 런던경영대학원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100세 시대에 고령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추진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며, ’고령인구 정책 및 관련 법 개정 그리고 교육제도 개선이 단순히 고령인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 전체 국민의 행복도 증진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라고 강조하였다.

국내에서도 기존의 공교육이나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평생대학 또는 노인대학보다는 지자체별로 전문성과 실용성을 갖춘 ‘시니어대학’을 설립하여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활용 능력을 확대시키는 혁신적 정책이 뒷받침 되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세계를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초고령사회의 AI 선진국이 될 것이다. 돌봄 행동을 주는 젊은 사람과 받는 시니어에게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의 ‘자비’처럼 돌봄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축복하는 ‘두 가지 축복’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대한민국, 이제는 IT 강국으로서 AI 기반 ‘시니어대학’을 육성해 고령자의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세대 간 삶의 질과 행복을 함께 높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에 맞는 건강하고 더불어 사는 초고령 사회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김윤신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한국생애설계협회 명예회장, 전)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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