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구성되어 있다. 최빈사망연령이 90세가 넘어서는 ‘100세 시대’가 된 나라에서 행복하게 오래 사는 일은 환영할 만하지만 60세에 은퇴하고 100세까지 무려 40년을 살아야 하는 만큼 더 철저한 노후자산 관리가 필요하다.

물가,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이해는 투자의 승패를 결정짓진 않지만 투자의 유불리를 결정한다. 지난 3년간은 물가, 금리, 환율 삼고(三高) 상황이었다. 고물가 때문에 고금리가 찾아온다. 미국 5%대와 우리나라 3%대 금리차이는 달러를 보유했을 때 매력이 더 높아지고 달러 값인 환율이 올라 고환율이 된다. 환율이 높아지면 1달러에 1000원 하던 게 1달러에 1500원이 되어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고환율이 다시 고물가를 만들게 된다. 향후 미국의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방향성은 삼고(三高)의 변곡점이 되어 투자자산의 유불리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물가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 물가가 내리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화페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현금을 갖고 있으면 안 되고 자산을 사 두어야 한다. 물가가 내린다는 말은 화폐가치가 올라간다는 말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자산가치가 떨어질 테니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유리하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경우는,

첫 번째, 수요가 늘어나는 인플레이션이다.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제품의 가격이 올라서 물가가 오른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건전한 인플레이션이다.

두 번째, 비용이 올라서 찾아오는 인플레이션이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면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데, 전쟁 때문에 경기는 안 좋고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비용이 올라가면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었으니까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이다.

세 번째,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상태를 조절하지 않을 때는 물가가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화폐가치가 계속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이 생긴다.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사들이는 매점 매석을 하게 된다. 이때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과거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화폐를 엄청 찍어내어 발생했던 비극적인 인플레이션이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 기술혁신에 의한 디플레이션이다. 분업,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노동 한 단위를 투입했을 때 과거보다 들어가는 비용대비 생산이 훨씬 좋아진다.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가격은 내리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려는 수요는 늘어나 대중화가 되면 생산을 더 많이 하고 일자리가 생겨나니까 사람들의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소득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좋아져서 가격이 안정되는 가장 건전한 디플레이션이다.

두 번째, 경기가 안 좋아서 찾아오는 디플레이션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의 소득이 줄고 소비를 안 하면 장사가 안 되어 제품의 가격인 물가가 하락한다. 기업은 제품이 안 팔리니까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익이 줄면 고용을 줄인다. 고용을 줄이면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가 더 내려간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다.

세 번째, 부채 디플레이션이다. 빚은 화폐표시 자산이다. 디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올라가니까 부채의 실질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빚 8억과 내 돈 2억으로 10억 주택을 보유한 상황에서 집값이 5억으로 떨어지면 집값보다 부채가 초과되어 깡통주택이 된다. 집값이 하락했다고 빚을 줄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부채를 갖고 있을 때 찾아오는 디플레이션은 사람이 느끼는 실질적 부담을 상당히 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여건들을 고려하여 노후생활을 위한 투자 원칙을 정리해 보면,

첫째, 은퇴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실적배당형 상품을 통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기간에 제약이 있는 은퇴자산이라고 해서 안정성만을 추구하기에는 금리는 낮고 노후생활 기간은 너무나 길기 때문이다. 셋째, 수익률 변동성은 줄이고 기대수익률은 높일 수 있도록 글로벌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투자의 결실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투자방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투자 관점으로 경제흐름을 읽고 자산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은퇴는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자산관리를 위한 투자는 지금 이 순간 진행 중이어야 하며 은퇴 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늘어난 수명만큼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은퇴를 통해서 더 나은 삶과 미래를 꿈꾸는 삶이 이어지길 바란다.

[장경순 한국생애설계사(CLP), 칼럼니스트, 현>BNK경남은행 WM사업부 시니어금융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