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즉 인공지능이 대세다. 특히 2022년 11월 챗GPT가 발표되면서 AI는 연구소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인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다.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에 챗GPT를 설치하고 활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울산 동구 노동자지원센터에서도 올해 들어서 거의 매달 AI를 주제로 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때마다 강좌는 조기에 마감되고 참여자들은 강좌를 늘려달라고 요구를 한다.

지난달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보고서 작성”이라는 주제로 야간강좌를 진행했고 다음달엔 “AI를 활용한 직업상담”, “AI를 활용한 강의 컨텐츠 제작”이라는 주제의 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교육과정에 AI는 약방의 감초처럼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AI 인기는 정확하게는 “생성형 AI”의 인기라고 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글, 이미지, 음악, 동영상 등 지식 컨텐츠 생성에 특화되어 있는 AI로 공학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말하기, 쓰기, 그리기, 만들기라는 인간만의 창조의 영역에 인공지능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도 최근 챗GPT를 업무에 활용해 보았다. 간단하게 말하고 싶은 주제와 내용을 적어서 챗GPT에 요청했더니 금방 매끄러운 문장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준다. 강의나 프레젠테이션용 문서, 보도자료, 기고문도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 음악 등 예술적 창작물도 만들어 준다. 창작에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질문만 잘 하면 된다. 정말 편해진 것은 맞지만, 마음에 걸리는 점도 있다.

창작물의 경우 창작자가 있고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는다. 노래 한 곡으로 평생 저작료 수입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챗GPT가 만들어 준 글이나 음악의 경우, 저작권은 어떻게 적용될까? “Written(or Made) by 챗GPT”라고 명시하고 저작료를 지불해야 할까? 저작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챗GPT와 공동저작이라고 어딘가에 표시는 해야 할까?

창작자들은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주관적인 판단과 가치부여를 더 중요시하고 자신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런데 챗GPT의 도움으로 탄생된 창작물이라면, 창작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온전히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창작자 중에는 끝까지 AI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하거나 “챗GPT Free”라는 마케팅 슬로건을 내세우는 경우도 생길 것 같다. “무첨가”,“무농약”이라는 표현이 차별화 포인트로 사용되는 것처럼....

사람들이 AI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해 가는 AI를 따라가기도 버겁다. AI가 대세이고 활용 폭이 점점 늘어난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사람마다 생각은 제각각이다.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텐데,

첫 번째는 적극적 수용자이다. 흔히 얼리어답터라고 부르는 분들인데, 새로운 문물을 선도적으로 수용하고 적용해 본다. 조금 귀찮고 시행착오도 각오해야 되지만 기꺼이 그렇게 한다.

두 번째는 소극적 수용자이다. 먼저 나서지는 않지만 대세에서 벗어나지는 않으려 애쓴다. 주위를 살피며 보폭을 맞춘다. 먼저 나설 용기는 없지만 유행이 되거나 검증이 완료되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세 번째는 완고한 거부자이다. 구한말 대원군을 비롯한 소위 위정척사파의 입장과도 비슷하다고 할까? 굳이 AI를 사용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과 인간의 창작활동을 AI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자존심 때문일 것 같다.

40년 전 개봉되었던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의 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에서처럼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지는 않겠지만 감시자본주의를 통해 디지털 전체주의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알고리즘이 개인의 눈과 귀를 제안하고 있는 마당에 결국에는 인공지능이 개인의 정체성을 대신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섬뜩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 멀리 할 수 없다면 가까이에 두고 절친으로 만들어 보자.

챗GPT가 유행하면서 프롬프트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프롬프트란 원래 연극 등에서 대사나 동작을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AI에서는 챗GPT가 일을 하도록 입력하는 지시나 질문을 지칭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단어, 기호, 문장 등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공학적 접근보다는 인문학적 접근과 사고가 필요해지는 지점이다. 당연히 인생의 경험과 경륜도 중요해진다. AI 시대야 말로 아날로그가 익숙했던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역할과 기회가 기대된다.

[윤형진 칼럼니스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울산동구 노동자지원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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