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senior

Home > 뉴스 > 생애설계 칼럼
프린트 이메일 전송 모바일 전송 리스트
[매경춘추] 웰다잉과 법(法)
기사입력 2017.10.26 17:58:57
본문 0번째 이미지
`불효자 방지법`이란 법안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으면 물려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섣불리 재산을 물려주었다가 버림받은 부모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더니 급기야 민법 개정안까지 나왔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효 사상이 흔들리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웰다잉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성급하게 그리고 대책 없이 재산을 물려주고 효도를 하니 안 하니 하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야무지게 대책을 설계해 놓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노(老)테크도 필요하다.

상속 문제만 해도 사실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2011년 도입한 유언대용신탁제도가 그 한 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노인이 재산을 신탁하고 생전에는 자신이 수익금을 받다가 사후에는 배우자, 자식 등 자기가 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수익금을 받게 할 수 있다. 중간에 수익자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불효자 방지 측면에서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그리고 끝까지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치매에 걸려서 공연히 자식들 싸움만 일으키는 그런 상황도 방지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늦기 전에 생각할 일은 이뿐만 아니다. 내년 2월부터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미리 자신의 입장, 즉 내가 연명치료를 원하는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으면 가족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웰다잉이 중요한 시대다. 죽음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에 자식을 원망하면서 세상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가족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닐까.

그러므로 나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고 필요한 준비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후 다른 건 잊어버리고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살자. 주위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하고, 용서하고, 상처 속에 갇히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평안 속에서 사는 것, 그것이 곧 웰빙이자 웰다잉이다.

[이창재 변호사·전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