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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제3의 나이] 어르신! 제발 이런 건 하지 마세요
기사입력 2020.03.11 09:31:40 | 최종수정 2020.03.11 10:28:51
노인 복지 현장에서 20여 년이 넘은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어르신 사랑 연구모임’ 유경 대표는 <나이 듦 수업 / 유경 外)에서 노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싫었다. 그 내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노인과, 멋지게 느껴지는 어르신의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노인

공중도덕을 무시하거나 새치기하는 노인, 냄새나는 노인, 자리를 양보해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노인, 남녀는 물론, 딸과 며느리를 차별하는 노인, 고집 불통에 자기 말만 하는 노인을 볼 때

“아~싫다 싫어, 저 노인!”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멋지게 느껴지는 어르신

답변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언급한 모습은 웃는 얼굴이다. 또 깨끗한 몸가짐과 단정한 옷차림, 일이든 공부든 열심히 하는 노인, 자원봉사하는 노인,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새로운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노인, 젊다고 무시하지 않는 노인, 건강 관리를 잘하는 노인들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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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좌) 시니어 신문 (우) 픽사 베이



지난해 6월 <시니어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이른바 ‘노 시니어 존’에 대한 언급인데, 관악구 한 식당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으면서 화제가 된 내용이다. 품격 잃은 고령자들은 대부분 매너가 없고, 공중도덕을 무시한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대기표를 받지 않고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이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도, 무작정 자신의 민원처리를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는 본인이 무단횡단을 했으면서, 오히려 달려오는 차를 향해 삿대질과 욕설을 하는가 하면, 아이가 예쁘다고 함부로 만지고 주무르고, 아무 곳에서 침을 뱉는 행동까지, ‘어르신 사랑 연구모임’ 유경 대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노인’의 모습으로 언급한 것과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만 해도 그렇다. 이는 남녀노소,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지 않는 약속된 규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수록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는 언행(言行)을 일삼는 노인이 적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노년기 소외감’에서 그 답을 찾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의 삶을 원한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수록 사회적으로 잊히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역 시절 주목받던 사람일수록 잊히는 자신을 인정하기 어렵다. 주목받는 입장에서 외면의 대상으로 옮겨가면서, 냉정한 자기 판단이 결여된 채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 갇히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내면으로 응축되는 <화>를 뿜어낼 대상이 줄어든다. 그런 와중에 자신과 결부된 소소한 사건과 마주하면, 마치 화를 토하듯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나이까지 들먹이며 자존심을 내세우는 이상한 행동을 저지른다.

이 같은 행동은 자신과 결부된 갖가지 환경적 변화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폐단 중 하나다. 지나온 자신의 경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히다 보니,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이 정답이라고 인식하는 정도가 심한 탓이다. 세대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면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세대 간 장벽을 세우는 사람을 젊은이나 노인으로 국한 짖는 것은 위험하다. 어쩌면 장벽을 세우는 일등 공신은 편협한 생각을 양보하지 않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종범 금융노년전문가(R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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