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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美 법인·상속세 내리는데…韓 역주행
트럼프 감세안 美상원 통과…美 20% 법인세율 실현 눈앞
韓은 25%로 되레 인상나서 美 기업 유인…韓은 내몰아
美, 파격감세 `경제 살리기`…韓, 증세로 `기업 탈출` 우려
기사입력 2017.12.03 18:17:23 | 최종수정 2017.12.04 09:31:40
◆ 韓·美 법인세 역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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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세금 정책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은 법인세와 상속세를 낮춰 해외 기업과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유사한 세목의 세율을 올려 오히려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한 미국의 세법개정안과 한국 정부가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인 세법 내용은 이 같은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은 2일 새벽 10여 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 감축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세제개혁 법안을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가결했다. 상원 52석을 보유한 공화당은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여온 밥 코커 상원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세제개혁(감세) 법안이 미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통과함에 따라 미국은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50조원)의 세금을 줄이는 31년 만의 대규모 감세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세제안과 다소 차이가 있어 향후 상·하원 협의를 거친 단일안을 도출하고 이를 상·하원에서 재표결해야 하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지만 가장 큰 고비로 여겨진 상원을 넘어서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미 상·하원을 통과한 감세안에는 글로벌 기업과 자금을 미국으로 유치해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연 3~4%대 고성장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이 담겨 있다. 감세안의 상원 통과 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일자리가 외국으로 새어나가는 걸 막고 중산층에 상당한 세 경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986년 이후 31년 만의 최대 감세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경에는 법인세율을 35%(최고세율 기준)에서 20% 단일 세율로 무려 15%포인트나 인하한 조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다우지수가 30%가량 급등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당장 시행하자는 하원안에 비해 상원안이 `2019년 시행`으로 1년간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파격적인 감세 혜택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라 한국·일본·중국 등의 제조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속속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율이 20%로 뚝 떨어지면 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들어갈 유인은 한층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 투자만 빨아들이는 게 아니다.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잔뜩 쌓아놓고 있는 2조6000억달러(약 2860조원) 규모의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금의 35%에서 14.5%(상원안 기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중 적어도 수천억 달러가 미국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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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미국과는 정반대로 법인세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세금을 줄줄이 올릴 태세여서 자국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은 내년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재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 또 기업에 제공하던 각종 세액공제제도를 줄이고 상속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미국과 정반대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법인세 인상 기조, 정부의 친노조 정책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감세안이 최종 타결되면 미 자영업자를 포함해 컨설팅회사, 헤지펀드, 부동산개발업체 등 이른바 `패스스루(pass-through)` 기업에 적용되는 세 부담이 영업소득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면서 낮아지게 된다. 개인들도 소비 보따리를 풀 여지가 더욱 커진다. 개인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이 현행 39.6%에서 38.5%로 낮아지는 등 구간별로 조금씩 세율이 인하된다. 다만 각종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지방세 공제와 인적공제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상속세 부담도 한층 줄어든다. 종전에는 상속세가 면제되는 기준선이 550만달러였지만 상원안은 1100만달러(약 120억원)로 2배 높아져 상속세를 안 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 하원안은 상속세를 2023년부터 아예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세제개혁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위한 `부자 감세`라며 전원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 측은 평균적인 4인 가족이 연간 2200달러의 세금 감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들 가구에는 상당한 감세 혜택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미국과는 정반대로 법인세 등 기업에 부담이 되는 세금을 줄줄이 인상할 태세다. 기업 부담 1순위 세금은 법인세 인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도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을 추진 중이다. 현행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인데, 여기에 `2000억원 초과 25%` 구간을 하나 더 두는 것이다. 최고 세율 25%를 매길 경우 2016년 신고 기준으로 129개 기업이 연간 2조5599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야당은 기존 200억원 초과 구간의 최고 세율만 22%에서 23%로 1%포인트 올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내년 한국의 법인세율은 인상될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야당안이 채택될 경우 1100여 개 기업이 법인세를 연간 1조6000억원 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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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기업의 세 부담을 늘렸다. 조특법에 따라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 공제가 지출액의 최대 3% 공제에서 2% 공제로 축소됐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역시 각각 지출액의 3% 공제에서 1% 공제로, 5% 공제에서 3% 공제로 줄었다. 두 가지 세액공제 축소로 기업의 내년도 추가 세 부담은 5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날 함께 국회에서 통과된 상속세·증여세법(상증법) 개정안은 상속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증법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기한 이내에 신고하는 경우 현행 세액의 7%를 공제해줬으나 내년에 5%, 후년엔 3% 등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미국이 상속세를 완화하는 움직임과는 정반대다.

아울러 개정된 상증법은 가업상속 공제 요건도 강화했다. 현재는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200억원까지 △15년 이상이면 300억원까지 △20년 이상이면 500억원까지 상속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내년부터 가업 영위 기간 20년 이상은 300억원, 30년 이상은 500억원으로 조정됐다. 예컨대 가업 영위 기간이 25년인 기업은 상속재산 공제액이 최대 5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의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영국은 2020년까지 법인세를 17%(현 19%)로 내리기로 했고, 일본은 2012년까지 30%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계속 낮춰 올해는 23.4%까지 내렸는데 앞으로도 인하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한 미국에 이어 법인세 부담이 큰 벨기에가 법인세율 인하를 결정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벨기에 정부는 현행 33.99%인 법인세율을 내년 29%로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25%까지 끌어내릴 계획이다. 홍콩 정부는 아시아 국가 최저 수준인 법인세율(16.5%)을 더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앞다퉈 실행하는 이유는 당장엔 세수 감소를 초래하더라도 기업 투자 증대와 일자리 확대 등 경제 활성화로 얻는 중장기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고 대통령 서명까지 마쳐 연내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됐다. 이제 위대한 공화당 의원들은 최종 통과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전국의 근로자 가정들을 위한 거대한 감세안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며 "크리스마스 전까지 최종 법안에 서명할 수 있게 되길 고대한다"고 독려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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