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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은 ‘별거’나 ‘황혼이혼’을 우회하는 출구전략
기사입력 2017.09.11 20:34:27 | 최종수정 2017.09.11 20:35:08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 (Voltaire)는 이렇게 말했다. ‘이혼은 결혼이 생긴 지 불과 몇 주일 안 돼서 생긴 제도다.’ 진보주의자이며 개혁파였던 그는 다소 과장 되게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이혼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은 곧 그의 의견이 틀림없다①는 사실임을 인정 할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 10만7300쌍 중 30.4%가 결혼 20년차 이상인 부부였다. 4년 이하(22.9%)가 그 다음이었고 5∼9년(9.1%), 15∼19년(13.9%), 10∼14년(13.7%) 순이었다. 1990년만 해도 황혼 이혼 비율은 5.2%에 불과했으나 2000년 14.3%, 2010년 23.8%, 2015년 29.9%로 크게 증가했다.②

① 증가하는 황혼이혼

“35년을 남편과 등 돌리고 살았는데 나이 들었다고 관계가 달라질까요? 젊어서는 아이들 때문에 제 자신을 포기하고 지냈지만 남은 인생은 비록 가난할지라도 마음 편한 생활을 하고 싶어요.” 이처럼 ‘황혼 이혼’을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20년 이상 한 가족으로 지낸 노부부였다.

마이클 잭슨과 잭슨 파이브의 어머니 캐서린 잭슨(80)은 남편 조(81)와 결혼 60년 만에 이혼했다.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 전당대회에서의 열정적 키스로 유명했던 앨 고어(62) 전 미국 부통령과 부인 티퍼(62)는 결혼 40년 만에 갈라섰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책사(策士) 칼 로브(59)는 두 번째 부인과 결혼 23년 만에 결별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늦은 나이에 ‘평생의 반려자’와 헤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런 현상을 ‘황혼 이혼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덴버포스트는 뉴욕의 한 이혼 상담 전문가를 인용해 “50~59세 미국 남녀의 40%가 이혼 상태”라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미국에서 매년 이혼하는 부부의 4%가 40년 이상 함께 산 경우”라고 추산한다.

영국의 경우 2008년 60세 이상 부부 1만3678쌍이 이혼해 1980년대보다 49% 늘었다고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보도했다. 벨기에에서는 1992년 2015건이던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가 작년 375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70세 이상 부부의 이혼은 543건, 80세 이상도 76건이었다.③

돈(51세)과 남편은 2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금전관리와 양육, 종교 차이를 덮고 살았다. 그러나 막내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이러한 차이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난 법률보조원으로서 경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남편은 일감이 줄어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이야기할 거리도 없었고 입을 열면 다툼이었다.” 아이들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난 상황이었다. “남편이 나와 전혀 공감하려 하지 않았기에 종교에 의존했지만 교회도 같이 가지 않으려 했다. 나 혼자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곧 남편을 떠나 이혼을 신청했다.

빈둥지 세대에서 이혼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 볼링그린주립대학(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의 수잔 브라운과 이펜린 교수의 논문 “황혼이혼혁명”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50세 이상 연령층 이혼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④ 그럼 우리나라 기혼들은 50대 이후에 부부 사이에 위기가 닥치면 이혼, 졸혼, 그리고 일반 결혼생활 중 어떤 형태를 선택할까?

50세가 지난 후 결혼생활에 위기가 찾아오면 남성은 ‘참고 살기’를 원하고, 여성은 ‘졸혼’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돌싱남녀 534명(남녀 각 267명)을 대상으로 ‘50대 이후 결혼생활에 위기가 오면 이혼, 졸혼, 일반 결혼생활(참고 산다) 중 어떤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은 응답자의 43.1%가 ‘참고 산다(일반 결혼생활)`를, 여성은 38.2%가 ‘졸혼’을 택했다. 이어 두 번째로 남녀 모두 ‘이혼’(남 33.0%, 여 32.6%)을 꼽았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남성은 ‘졸혼’(23.9%), 여성은 ‘참고 산다’(29.2%)라고 답했다.⑤

② 결핍이 있어도 이혼보다는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불행이 있을 때에도 함께 머물러 있는 부부가 나중에는 이혼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음을, 그리고 살면서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고 결혼 재단(Marriage Foundation)의 해리 벤슨이 영국 텔레그래프의 관련 기사를 인용하면서 말했다.⑥ 인내는 무엇인가를 그것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끝까지 참고 견딘다는 뜻이다. 물론 지나치게 상처를 주거나 인격 성장을 저해하는 관계일 경우에는 그것을 끝 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 희망과 상처로부터의 신속한 회복력과 애초의 목표기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관계라면 목표를 성실하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우리는 그 관계를 계속 책임져야 한다.⑦

시계를 과거로 돌려 `전원일기` 양촌리 시절의 `엄마가 뿔났다`의 뿔난 엄마 ‘한자’의 얘기를 좀 해보자.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당시 대한민국이 온통 드라마 속 ‘한자’의 가출에 소동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원일기` 양촌리 김회장댁 안주인으로 무려 22년을 살았던 김혜자의 변신은 파격 그 자체였다. 김혜자는 수십 년을 인내와 헌신으로 대표되는 우리네 어머니상을 대변해왔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180도 돌변해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외피를 하고, 또 다른 어머니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결혼 40년 만에 `해방`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 ‘한자’. 한쪽에서는 평범한 엄마의 가출을 두고 무책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존감을 찾아 나서는 노년의 용기에 무한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드라마 속 ‘한자’의 모습은 어머니,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이 시대 많은 중년 여성들의 억압된 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⑧

1년여의 휴가를 얻어 원룸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한자’는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혼자 심야영화를 보는 등 그간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구청에서 실시하는 서예와 컴퓨터 강습을 신청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대감에 가슴 설레어하기도 한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창틈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나른한 오후 여유롭게 책을 읽는 ‘한자’의 얼굴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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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이런 흐름은 일전 종영된 KBS2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연출 이재상) 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다.

졸혼과 연결된 부분으로 강석우(차규택 역)와 송옥숙(오복녀 역) 부부의 갈등을 보여준다. 그동안 차규택(강석우 분)은 자신의 집안과 일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아내인 오복녀(송옥숙 분)에게 무심한 남편이었다. 오복녀 또한 반려견 치코에게만 애정을 쏟고 자신에게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남편에게 울분이 쌓여 왔다. 이들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겠다며 각자 밥을 먹거나 세탁이나 청소 등의 집안일에 기싸움을 하는 등 중년의 부부가 겪을 수 있는 리얼한 부부싸움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감정이입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다툼 끝에 집을 나와 호텔을 찾은 차규택이 거래가 정지된 카드로 곤란함을 겪으며 차에서 쪽잠을 자는 장면이 그려지고, 이후 아내로부터 한 달 용돈 30만원이 들어있는 체크카드를 건네받은 그가 냉정한 현실을 인지하고 결국 마지못해 설거지를 하다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십 년간 직장과 가정을 위해 일하고 은퇴한 대가에 분개하던 규택은 ‘은퇴 후 생활’을 검색하던 중 ‘결혼을 졸업 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졸혼’을 알게 된다.⑨

지금 방송되는 MBC 주말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연출 주성우/극본 박현주) 1회에서 이신모(김갑수 분)는 33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퇴임식을 가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해서 퇴임식을 마친 저녁 가족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는데 이때 부인이 남편에게 졸혼을 선언하는 장면까지 그려졌다.

홍영혜(김미숙 분)는 퇴임식 날 아침 가부장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출근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려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퇴임식을 마친 저녁 이신모는 가족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고 이제 부인과 함께 퇴직 후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서, 그 증표로 부인에게 크루즈 여행권을 선물했고 댄스 스포츠도 같이 배우자고 했다. 그러나 부인 홍영혜는 댄스 교습을 같이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남편 이신모가 이유를 묻자 부인은 결혼 생활을 끝내자며 졸혼계약서를 내밀었다.⑩

졸혼이 증가하는 배경을 두고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이를 선택 하는 데는 개인별 사정이 작용한다고 했다. 자녀의 결혼문제와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해 이혼 대신 졸혼을 택한 이들도 있고, 은퇴 후 남은 삶은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이유로 이 대열에 동참한 이도 있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실제로 60대 부부 1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여성 75명 중 49%는 `남편의 은퇴 후 졸혼을 하길 원 한다`고 답했다.⑪

결혼은 사랑, 일상의 공유, 경제적 통합, 성의 독점성 크게 4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고 봐요. 사람들은 이 4가지가 완전히 채워진, 이상향의 결혼 상태를 자꾸만 떠올려요. 그런데 현실은 우리 머릿속의 생각과 어긋나요. 즉 이 4가지 중 몇 가지가 빠져도 결혼이라는 겁니다.

사랑이 식은 부부, 섹스리스 부부, 돈을 각각 쓰는 부부, 하나씩은 빠졌잖아요. 결혼의 일관된 법칙은 없어요. 결혼의 구성 요소 중에 한 가지라도 존재해, 부부가 ‘우리는 한 가정이야’라고 인정하면 어떤 형태든 결혼일 수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저는 일상을 부대끼는 부분을 포기했어요. 이렇게 인식을 바꾸면 맘이 훨씬 편해질 수 있지요. 또 뭔가 결핍이 있어도 이혼보다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편이 훨씬 나은 점이 많고요.⑫


주례는 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며 살라"지만 평균 기대 수명 60세 시대와 100세 시대 결혼은 같을 수가 없다. 생을 접는 순간까지 기존 방식 결혼에 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늘 수밖에 없다. 해혼, 졸혼, 해마다 갱신하는 장기 계약 결혼처럼 갈수록 새로운 `만년(晩年)의 결혼`이 생겨날 것이다.⑬ 결혼(結婚)이 부부의 연(緣)을 맺어주는 것이라면 `해혼(解婚)`은 혼인관계를 푸는 것이다. 갈등과 불화로 부부가 갈라서는 것이 아니라 결혼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그것을 완료하고 자유로워진다는 뜻의 `해혼`은 인도에서는 낯설지 않은 문화다. `졸혼` 또한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일정기간 떨어져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부부는 시간을 정해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결혼의 틀은 유지하되 각자 자유롭게 사는 방식인 셈이다.⑭

③ ‘졸혼’으로 이어지고, 연결되는 결혼생활

데이비드 메슨의 말처럼 세상에 불행한 결혼이란 없고, 단지 두 사람이 미숙하고 서투르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⑮ ‘졸혼’은 바로 이런 미숙함과 서투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을 일구어 나가는 희망의 새 여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퇴임교사 김모씨(62)는 부인과 ‘인생 2막’ 계획이 달라 졸혼을 택했다. 김씨는 경남 창원으로 귀농하고 부인은 서울에 남아 음식점을 열기로 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법적 이혼을 택하지 않는 이유다. 졸혼을 계획 중인 유모씨(54)는 “살고 있는 집이 부부 공동명의로 돼 있어 이혼하면 처분 문제로 귀찮아질 것”이라며 “부인과 한 집에 살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혼 기록이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에 불이익을 줄까봐 졸혼을 택하는 부부도 있다.⑯ 부부가 떨어져 살게 된 계기, 즉 졸혼의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

▷각자 ‘살고자 하는 방향’이 달랐어요 - 나는 늘 자연을 동경해왔지만 남편은 이런 시골에서 살 수 없는 사람이죠. 이미 물리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더군다나 성격적으로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⑰

한의사인 남편은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고 내 소소한 생각엔 별로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기도 했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계속 갈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제가 마흔여섯이 됐을 무렵 더 깊어졌어요. 당시 전 광화문에 있는 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퇴직이 몇 년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이제 나는 남편 뒷바라지나 하며 조용히 늙어가야 하는 걸까? 그럼 내 인생은? 나는 아직도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긴 고민 끝에 ‘내 생각대로 살아보자’는 쪽으로 결심이 섰고 그 길로 사표를 냈어요.

▷남은 30년은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적 삶을 살기 위해서 - “‘골든 에이지’라고 생각해요. 요즘이 제 인생의 황금기죠. 가정이라는 아우트라인(Outline)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행복감은 훨씬 커졌어요.”(웃음) 이상옥 씨(57)가 밴드공연 리허설 무대에서 신나게 합주를 하고 내려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말을 이어갔다.⑱

그는 올 초부터 대전 지역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밴드 ‘아다지오’에서 키보드 연주를 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 무대에도 오르고 고아원이나 교도소, 양로원 등에 공연봉사도 다닌다. 본래 직업은 서양화가로, 일주일에 3번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책과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1년에 두어 번은 해외여행을 간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배낭을 둘러메고 세계미술사를 찾아 떠난다. 2년 전 ‘졸혼’을 선언한 후 달라진 그의 일상 모습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졸혼(卒婚)`을 선택했다 - 결혼생활 38년째인 조은옥(여·60·서울 서대문구)씨는 올해 환갑을 맞아 큰 결심을 내렸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졸혼(卒婚)`을 선택한 것. 조씨는 "대학도 못가고 어린 나이에 시집 와서 40년 가까이 오롯 가정과 자식을 위해 집안일만 했다"며 "자식 농사 다 지었으니, 남은 인생은 누구에게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거 실컷 하고 싶다"고 말했다.⑲ 손재주가 좋은 조씨는 요즘 프랑스 자수와 가죽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공방에 날마다 나가고 있다. 아예 올해 안에 집에서 나와 작업실을 겸한 거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혼은 아니라고 한다.

"쿨하죠" 웃어보인 조씨는 "서로 터치 안하는 각자 생활을 하자는 것일 뿐,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우리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하던대로 남편과 성당에 가고 같이 식사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결혼기념일, 명절, 기타 가족행사도 함께할 것이라고 한다.

▷서로 원하는 것을 택한 채 살기 위해서 - 오사카시에 사는 콘도 이치(63) 씨는 구마모토시에 사는 아내 콘도 카즈에(63)씨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상생활을 함께 공유한다.

콘도씨 부부는 떨어져 생활한 지 4년째로 그간 만난 횟수는 3~4번 정도에 그친다.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치씨와 아내는 서로 다른 취미를 즐긴다. 활동적인 이치씨는 테니스와 자전거 등 야외에서 하는 체육활동을 주로 하고, 아내는 새를 키우며 전원생활을 만끽한다. 현지에서 이들 부부의 생활을 졸혼이라고 부른다. 콘도씨 부부의 졸혼은 은퇴를 앞두고 아내 카즈에씨가 먼저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

카즈에씨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이치씨는 태어나서 자란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길 바랐다. 서로 다른 계획과 생각에 부부는 관계를 정리하는 대신 떨어져 서로 원하는 것을 택한 채 살기로 했다.

이치씨는 "처음 아내와 떨어지면 밥과 집안일은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아내에게 가사를 배우면 어떻게든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함께 살 때처럼 부부의 친밀함은 변치 않고, 서로 각자의 삶을 즐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⑳ 이치씨는 졸혼의 장점을 두고 "스스럼없이 모든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고 꼽았다. 카즈에씨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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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이런 분위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부부는 한 방, 한 집’에 살아야 한다는 인식 역시 약해지고 있다. 서울 목동의 공인중개사 김 모 씨(62)는 “몇 년 전만 해도 부부가 원룸을 문의하는 경우 대부분 자녀의 자취집을 구하는 목적이었는데 요즘은 한 명이 따로 나와 살 공간을 찾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도 40~50대 1인 가구는 2000년 54만1115가구에서 2015년 172만7000여 가구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1인 가구에서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2.3%에서 33.2%로 높아졌다.㉑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기에 들어선 부부들은 자녀가 장성해 집을 떠나는 시점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통해 부부 생활이 더 행복해 질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와 관련된 연구조사에 참여한 UC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심리연구소 세러 조죠프 교수는 "중년 이상의 부부들이 대부분 자녀가 떠난 뒤 서로 의지하게 되면서 결혼 생활에 더 만족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부만이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 명의 자녀를 둔 55세의 여성 테리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자녀들이 집을 1년간 떠나있는 동안 결혼 및 부부 생활이 크게 향상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테리는 "아이들이 집을 비우게 돼 양육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며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고 집안이 조용해졌으며 다시 결혼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샌브루노에 사는 주부 샬라 피프(59)는 "6년 전 두 아들이 처음 집을 떠날 때는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곧 결혼 생활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피트는 "애들이 떠나고 난 뒤 부부간에 서로 관심이 가질 여유가 늘어났다"며 "재밌는 시간을 만들고 여행도 갔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연구소 측은 "조사 과정에서 자녀가 집을 떠난 여성들의 부부 관계 만족도가 자녀와 함께 사는 여성들에 비해 대부분 현저하게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㉒

“인간에게 있어서- 그 가 아무리 최고의 원인인 신에게 충성을 맹서했다 하더라도 - 그의 지성(知性)을 민감하게 하고 적어도 맨 먼저 사랑하는 능력을 일깨워주는 어떤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인간은 정신적인 성숙과 정신적인 완전함에 이를 수가 없다. 빛과 공기 비타민 없이 인간이 살 수 없는 것처럼 남자(여자)는 - 어떤 남자(여자)도 - 여성(남성) 없이 지낼 수가 없다."

- 물질의 본체/떼이야르 드 샤르댕 (Teilhard de Chardin) -㉓



중장년 부부를 오랫동안 상담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미 졸혼이 유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남편의 못된 습관을 더는 못 견디겠다며 작은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사는 아내, 은퇴하고 농사짓는 것이 꿈이라며 시골에 따로 집을 얻어 사는 남편, 한 집에 살지만 각방 쓴 지 오래되었거나 방은 같이 써도 트윈 베드에 따로 자는 쇼윈도 부부까지. 기러기아빠도 위장된 졸혼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부부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혼하지는 않을 거라고.

이제 누구나 졸혼 생각을 한두 번쯤은 하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의 부식성 때문에 부부가 오래 같이 지내다보면 숙명적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혼을 졸업하고 부부가 따로 살면 행복해질까. 아무 문제없이 그저 좋기만 하다면 신이 남자와 여자를 부부로 맺어주지도 않았을 거다. 신이 부부에게 내준 숙제를 다 풀지 못했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싸우고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㉔

노후의 삶을 생각할 때, 별거나 이혼을 긍정적인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대, 이런 시대를 맞이해서 그나마 ‘졸혼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고자 하는 애정의 표현㉕ 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A.알바레즈, 이혼이야기, 심정인 역, 명경(1992), p.121

② 이현미 기자, 이혼 부부 3쌍 중 1쌍 ‘황혼 이혼’, 세계일보, 2017-06-27

③ 이태훈 기자 전세계 `황혼 이혼` 신드롬 chosun.com 2010.11.10

④ By SUSAN GREGORY THOMAS, 50넘어 이혼: 의무는 이제 끝, 편한 노후를 위해검색 , The Wall Street Journa , March 8, 2012

⑤ 오은지 기자, 50대 이후 결혼위기 오면? 돌싱 男 ‘참고 산다’ 女‘졸혼’, 한라일보, 2017. 09.07[온리-유는 비에나래(대표 손동규)와 8월 31일일부터 이달 6일까지 돌싱남녀 534명(남녀 각 267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50대 이후 결혼생활에 위기가 오면 이혼, 졸혼, 일반 결혼생활(참고 산다) 중 어떤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⑥ BY: AARON BANDLER, 7 Reasons You Should Stay Married Rather Than Getting Divorced, dailywire.com, FEBRUARY 9, 2017

⑦ 재니스R 리바인& 하워드J.마크먼 편집, 바보들은 왜 사랑에 빠질까, 김라합 역, 해냄(2002), p.73

⑧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중년의 반란①]`뿔난 엄마` 신드롬을 낳다...`가출한자` 김혜자, 2008-09-02

⑨ [MBN스타 손진아 기자], ‘아이해’ 강석우·송옥숙의 부부 갈등…새 키워드는 ‘졸혼’, 2017.05.01

⑩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밥차남’ 김미숙, 남편 김갑수에 “나랑 졸혼 해달라”, 2017-09-02, 일부내용 필자 재작성

⑪ 이동준 기자, 日 황혼이혼 대신 졸혼(卒婚)…"별거 후에도 좋은 관계 유지", 세계일보, 2017-04-10

⑫ HEYDAY 작성, 졸혼(卒婚) 시대, 각자 사는 부부이야기[졸혼이야기 1- 도시에서 ‘각거’하는 문화 평론가 김갑수], <헤이데이>27호, 2016.08.10

⑬ 강인선 논설위원, [만물상] `졸혼(卒婚)`, 조선일보, 2016.05.12

⑭ 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원, [아침을 열며]이혼인 듯 이혼 아닌 `졸혼`을 권하다, 경남도민일보, 2016년 07월 06일

⑮ 낸시v. 밸트, 완전한 결혼, 박재규 옮김. 성하출판(1993), p.34

⑯ 구은서 기자, "우리 졸혼했어요", hankyung.com, 2017-02-26

⑰ HEYDAY 작성, 졸혼(卒婚) 시대, 각자 사는 부부이야기[졸혼 이야기 2-귀농 아내와 도시 남편 임지수 씨], <헤이데이>27호, 2016.08.10

⑱ 박지현 기자, 결혼과 이혼 사이, 부부의 재구성, chosun.com, 2016-11-14

⑲ [뉴스핌=김범준 기자], [세번째스물②] “쿨하게” 혼인과 이혼 사이 ‘卒婚’, 2017년02월05일

⑳ 이동준 기자, 위의 글

㉑ 구은서 기자, "우리 졸혼 했어요", hankyung.com, 2017-02-26

㉒ [연합뉴스], 자녀 장성해 떠나면 결혼생활 `행복`, 중앙일보, 2008.12.05 [4일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대 심리연구소는 지난 18년간 여성 123명을 대상으로 결혼 만족도를 조사, 분석해 왔다.]

㉓ 삐에르 뷔르네, 사랑론, 민혜숙 역, 탐구당(1986), p.36

㉔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감성노트] 졸혼, 국민일보, 2017-04-14

㉕ 卒婚したい「熟年離婚の前に専門弁護士に法律上の問題を無料相談, 卒婚したい(http://www.jodila.com), 내용 참고정리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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