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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플랜] (26) 남은 인생,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기사입력 2017.09.10 09:00:33 | 최종수정 2017.09.11 10:03:57
동아리 활동 전도사 소동기 부산 북구생활문화협회장

"동아리 인생은 60세부터…밝게 살려면 어울려야 한다"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니까 같이 어울리고 공연도 하게 되더라고요. 성격도 훨씬 활발해지고 노년의 우울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소동기(64) 부산 북구 생활문화협회장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 북구청에서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지 4년. 그는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색소폰 연주와 장구에 흠뻑 빠져있다.

퇴직을 5년 앞두고 지인 소개로 배우기 시작한 색소폰 연주가 노년의 최고 벗이 될 줄 몰랐다.

"지금 제 또래 남성들에게는 색소폰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색소폰 소리 자체를 좋아합니다. 인생 즐거울 때도, 울적할 때도 색소폰 한가락 연주하다 보면 잊힙니다. 제 정신적 멘토라고 할까요."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데는 경험이 뒷받침돼 있다.





그도 퇴직 전에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불안해했다.

100세 시대 '배짱이' 같은 삶은 꿈도 꾸지 않았다.

퇴직 후 재취업하고 일할 거리를 찾으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부동산 자격증을 따놓기도 했다.

퇴직 후 곧바로 일을 시작했지만, 마음 한편에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때 눈에 들어왔던 것이 배운 뒤 한동안 쓰지 않았던 색소폰이었다.

"남은 인생에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일을 당장 멈췄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긴 노년이 힘들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색소폰 동아리'를 만들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취미강좌나 문화센터를 함께 찾아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데 공을 들였다.

"너무 즐겁더라고요. 저만 하기 아까울 정도로. 이런 활동을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생활문화단체를 구성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소 협회장이 속한 동아리도 여기 참석했다.

민요, 사물놀이, 색소폰 동아리 등 50여 개 동아리가 모였고 지난해 초 '부산 북구생활문화연합회'가 창립됐다.

초대회장에는 소 회장이 추대를 받아 선임됐다.

소 회장은 개별 동아리로는 주최하기 힘든 공연 발표 무대를 협회 차원에서 열고, 지역 문화축제에도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공직생활 하면서 나서본 적도 없고, 무대 공포증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즐기고 어울리니 성격도 활발해지고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무대도 필요하더라고요. 텅 빈 축제 프로그램으로 고생하는 지역 축제에 공헌도 하고요."

지난해 말 처음 열린 동아리 연합회 공연은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색소폰으로 '부산 갈매기' 같은 대중가요를 연주하면 객석이 들썩 입니다. 지역 축제에서는 트로트 반주에 장구 공연을 하는데 사람들이 다 따라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노년의 삶은 나눔이다.

그는 이런 생각에 매주 1번 경로당을 찾아가 색소폰 연주법을 무료로 알려주고 있다. 벌써 1년째다.

장구도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 전통악기를 덩실덩실 거리며 치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소 회장은 동아리 활동의 장점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싫다는 것을 억지로 하라고 하지 못하겠지만 생각해 보세요. 90년을 산다고 하면 30년을 배웠고, 30년을 일했습니다. 나머지 30년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후회 없이 삶을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저도 즐겁고 남도 즐거운 일 말입니다. '동아리 인생'은 60세 부터에요"

ready@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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