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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 왜? 공급부족·학습효과(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저금리 지속 합작품
기사입력 2017.08.11 10:57:20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3개월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무섭게 올랐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 제대로 된 배경 분석이 없으면 올바른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잇따른 경고를 줬음에도 그간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펼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급부족,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기대감,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 인플레 헤지, 저금리 장기화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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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안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잠실주공5단지.

▶주택 공급량 부족한 서울

▷멸실 주택 매년 2만~3만호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던 가장 큰 원인은 앞으로 서울 내 순수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주택보급률은 100%를 밑도는 98%로 전망된다. 2015년(96%) 대비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에 미치지 못한다. 이 기간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은 1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은 여전히 공급부족 상태로 남을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남에도 서울 주택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멸실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2016~2018년 서울에는 약 20만가구가 입주할 전망이다. 이 중 상당수는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입주 물량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8만~9만가구가 멸실되는데 이 중 3분의 1에 가까운 2만~3만가구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서울은 분양 물량이 많을 때도 신규 공급 효과가 크지 않다.

현재 서울은 주택 공급을 절대적으로 재건축·재개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택지 개발 가능한 땅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내년 이후 재건축·재개발 분양은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로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 아파트값이 올랐던 이유도 공급부족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주택 공급량은 앞으로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강남 3구 입주 물량은 2018년(1만4962가구)을 정점으로 2019년엔 전년 대비 68% 감소한 4836가구 입주할 예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강남 3구 아파트 시장은 분양에 앞서 멸실가구가 대거 발생한다. 추가 주택 공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 2020년 이후 서울에는 주택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0조원이 풀리는 도시재생사업 또한 그간 부동산 시장 열기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매년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도시재생사업에 쏟아붓기로 했다. 전국 500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매년 정부 2조원, 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투자 3조원, 기금 5조원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기존의 도시정비사업인 재개발·재건축은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로 주택을 짓는 반면 도시재생은 노후주택 지원이나 주변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도시재생사업이 결과적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도시재생사업은 양질의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 아닌 구도심의 낡은 도로나 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새로 길을 닦고 동네를 가꾼다는 소식이 알려지니 해당 동네 아파트 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중림동 삼성사이버빌리지 전용면적 84㎡는 올 초 6억원 중반이었지만 7월엔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시가 2019년까지 중림동 일대 50만㎡에 178억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계획을 발표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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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 학습효과도 한몫

▷저금리 장기화·인플레 헤지 차원

지난 몇 개월간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활활 타오른 또 다른 이유로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학습효과’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3년 서울 아파트값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2개월 만에 약 2.3% 올랐다. 문재인정부 취임 전후인 5월 5일부터 7월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상승 폭은 3.88%. 서울 전 지역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가 석 달 만에 평균 2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해당 기간이 여름 비수기가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15% 이상 올랐다.

두 정부 모두 정권 초 급등 현상의 배경에는 이전 정권의 부양책이 있다. 참여정부 이전 김대중정부는 주택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폐지했다. 문재인정부 전 박근혜정부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을 완화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정부 대응이 ‘규제’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현 정부는 취임 한 달 만에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6·19 대책을 냈고 이번에 8·2 대책을 발표했으며 8월 말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계획 중이다. 참여정부도 취임 직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정부의 가장 큰 목표로 설정하고 강력한 규제 정책을 추진했다. 양도소득세 강화, 분양권 전매제한, 분양가 자율화 폐지, 종합부동산세 신설, DTI 도입, LTV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잇달아 내놨다. 하지만 임기 5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6% 상승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펼치면서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뒀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잠시 시장이 안정화를 되찾는 듯했지만 이내 집값은 다시 들썩거렸다. 문재인정부 또한 현재까진 기조가 비슷하다.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만큼은 장기적으로 오름세가 유지될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은 참여정부 시절 ‘학습 효과’를 이유로 향후 몇 년간 서울 시내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앞으로 5년간 집값이 오를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 오죽하면 “현 정부 내 서울 2호선 원 안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는 대부분 10억원을 넘어설 것(전용 84㎡ 기준)”이란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옥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울 아파트를 하나씩 사들이고 있다”며 “정부 규제는 공급 감소를 초래해 강남이나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현재 주는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참여정부는 투기억제 대책을 주로 펼쳤지만 수급 예측에 실패해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 속 물가 상승) 헤지 차원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앞으로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때마다 오히려 호조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서울 내 아파트는 여전히 수요가 풍부해 ‘인플레 헤지’를 위해 적합한 자산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반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서울 아파트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자니 이자가 너무 적어 돈을 불리기 어렵다. 주식은 개미에게 여전히 힘든 투자 방법이다. 이러다 보니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쉽사리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 불안, 부채 상환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워낙 낮아 부동산 이외 마땅한 투자처도 없다”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입장에선 은퇴 후 노후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안전자산인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0호 (2017.08.09~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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