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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위험 낮추고 10년 수익률 주식보다 높아 글로벌자산배분투자 ‘오해와 진실’
기사입력 2017.03.20 09:39:16
#. 은퇴를 앞둔 50대 직장인 권 모 씨는 요즘 속이 쓰리다. 그는 1년 전 이맘때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브라질 펀드 투자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증권사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브라질은 위험하니 자산배분형 펀드에 가입하시라”는 설명을 듣고 글로벌자산배분 펀드에 가입했다. 그가 가입한 펀드는 1년 새 7%대 수익률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브라질 펀드는 7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권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먹었던 대로 브라질펀드에 가입할 걸 아쉽다”면서 “지금이라도 다른 펀드로 갈아탈지 자산배분펀드를 그대로 가져갈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연초를 맞아 올해 투자 바구니에 어떤 금융상품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개별 종목보다 분산투자가 안정적이라는 걸 알기에 펀드를 비롯한 간접투자 상품을 저울질하지만, 더 나은 수익을 위해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욕심마저 버리기는 쉽지 않아서다.

1%대 저금리로 들어선 이후 전문가들이 2~3년 전부터 글로벌 자산배분을 투자의 모범답안처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과연 믿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매일경제 럭스멘이 고심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글로벌 자산배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3가지 포인트로 꼼꼼히 따져봤다.



▶자산 배분하면 실제 수익률 좋아지나?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수익률(Return)’이다. 매일경제는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파트너스에 의뢰해 국내주식, 해외주식, 해외채권, 부동산, 자산배분 등 5가지 유형 자산의 최근 5년(2012~2016년) 및 최근 10년(2007~2016년)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했다.

국내주식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란 별명처럼 최근 5년 연평균 수익률이 고작 2.2%에 불과하다. 예금 금리보다는 높지만 손실 위험을 감안하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익률은 아니다. 글로벌 자산은 어땠을까. 최근 5년 연평균 수익률이 글로벌 주식(MSCI 월드 지수)은 13.7%, 글로벌 채권(미국 국채 10년물)은 2.8%, 부동산(아이셰어즈 US리츠 ETF)은 14.5%를 각각 기록했다. 개별 자산으로만 따져도 국내보다는 해외로 투자 대상을 넓히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주식 40%, 채권 40%, 부동산 20%의 비율로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를 했을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5%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비교하면 낮지만 채권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다. 투자기간을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으로 넓혀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글로벌 주식은 9.5%, 채권은 11.8%, 부동산은 8.4%인데 자산배분은 채권 다음으로 높은 연평균 1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높은 수익률만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자산배분 투자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 “자산배분 투자는 중장기 관점에서 올라갈 때 좀 덜 먹더라도 시장수익률이 급격히 안 좋을 때 손실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접근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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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배분하면 정말 위험 줄어드나?

연평균 변동성 11%로 주식 부동산보다 낮아 대다수 투자 전문가들은 자산배분을 하면 비슷한 수익을 내더라도 손실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들 한다. 금융자산의 ‘위험(Risk)’을 측정하는 지표는 변동성(Volatility)이다. 변동성은 월간 자산 가격의 변동폭을 더한 값으로 1년 동안 위아래(±)로 발생 가능한 수익률의 최대 진폭을 뜻한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10%이고 변동성이 10%라고 하면 투자자는 어느 시점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실제 수익률은 0~20%까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5년간 글로벌 주식의 연평균 변동성은 11.3%, 채권은 5.6%, 부동산은 13.2%로 집계됐다. 부동산의 투자위험이 가장 높고 채권의 위험이 가장 낮았다는 얘기다. 주식 자산도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 신흥국 개별 국가로 따지면 변동성이 훨씬 높아진다.

주식 40%, 채권 40%, 부동산 20%의 비율로 자산배분 투자를 했을 경우 최근 5년간 연평균 변동성은 6.7%다.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채권의 위험도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위험 대비 수익을 나타내는 ‘샤프지수(수익률/변동성)’를 최근 5년간 따져보면 자산배분은 1.42로 주식(1.21), 채권(0.51), 부동산(1.10)보다 높다. 투자자 입장에선 자산배분 투자를 해볼 만한 근거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투자기간을 최근 10년으로 넓혀 보면 자산배분 투자의 위험도 감소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자산배분 투자의 최근 10년 연평균 변동성은 11.0%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포함된 구간이기 때문에 최근 5년 연평균 변동성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다른 자산의 변동성과 비교하면 월등히 안정적이다. 같은 기간 주식은 17.2%, 부동산은 25.4%, 채권은 6.7%의 연평균 변동성을 기록했다.

김영진 와이즈에프앤파트너스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려오면서 지난 10년간 채권이 수익률과 변동성 측면에서 모두 가장 돋보이긴 했지만 이는 독특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역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자산배분 투자를 하면 주식이 오를 때 채권이 내리고 반대로 채권이 오를 때 주식이 내린다. 따라서 변동성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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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럼 자산배분을 해놓기만 하면 위험을 낮추고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통상적인(전략적) 자산배분은 1년 내지 3년 단위로 자산배분 비중을 조절한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같은 글로벌 자산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이에 따른 자산배분 비중 조절, 즉 ‘리밸런싱(Rebalancing)’이 필요하다.

펀드매니저들은 이 같은 투자 기술을 ‘글로벌 전술적 자산배분(GTAA·Global Ta ctical Asset Allocation)’이라고 부른다. 전략적 자산배분과 달리 전술적 자산배분은 자산간 비중조절 시점을 보통 3개월마다 진행하고, 갑작스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는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전술적 자산배분 투자에 뛰어들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UBS글로벌자산운용’, BNY멜론은행 계열 운용사인 ‘인사이트’,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인덱스펀드 전문운용사인 ‘SSGA’ 등 3곳을 총 3억달러 규모의 GTAA 펀드 위탁 운용사로 선정했다. 이에 앞서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투자공사(KIC)는 블랙록자산운용, JP모간자산운용, 웰링턴자산운용, 모건스탠리운용, UBS운용 등 5곳의 위탁운용사를 통해 총 15억 달러를 GTAA 펀드로 굴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GTAA 펀드의 설정액이 지난 2013년 기준 3조5000억달러(약 3980조원)에서 2018년 8조달러(약 9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전술적 자산배분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전술적 자산배분이 국내 도입된 지는 2~3년에 불과해 이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전술적 자산배분을 활용해 지난 2014년 9월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하나UBS행복노하우2035’ 펀드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2년 4개월간 전술적 자산배분 수익률은 4.3%로 일반 자산배분 수익률 3.6%에 비해 0.7%포인트 앞선 성과를 보였다.



▶설정 3년 이상 성과 검증된 상품 선택해야

현재 국내에 설정된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는 총 30개, 설정액은 약 1조원 규모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자산배분 펀드의 평균 수익률(2017년 2월10일 기준)은 최근 3개월 3.0%, 1년 8.6%, 3년 14.5%, 5년 26.6%로 연평균 5% 수준의 수익률을 비교적 꾸준히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산배분 펀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설정 3년 이상 성과가 검증된 상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3년 전 국내에서 글로벌 자산배분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3000억원 가까이 팔렸던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자산배분 펀드다. 최근 1년 수익률은 9.3%로 높은 편이지만 3년 수익률은 8.4%에 불과하다. 2014년 상반기 뭉칫돈이 몰린 이후 2년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2000억원 가량 자금이 이탈했다. 다만 최근 5년 누적 수익률은 23.7%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선 여전히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산배분 상품은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다. 2007년 10월 31일 첫 설정된 인사이트 펀드는 설정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때 -5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9년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5년간 수익률은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 12.2%, 3년 수익률 17.3%, 5년 수익률은 39.5%에 달한다. 2010년부터 미국 자산배분 비중을 60~ 70%에 달할 정도로 높게 가져간 것이 우수한 성과의 비결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국가에 편중된 비중 때문에 진정한 자산배분 펀드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펀드 중에선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글로벌다이나믹자산배분’ 펀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 8월 처음 설정된 이 펀드는 최근 3개월 2.1%, 최근 1년 7.5%의 안정적 수익률을 이뤄냈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위해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자산배분팀, 글로벌채권운용팀, 글로벌주식운용팀, 매크로팀, 채권운용본부와 해외 현지법인(홍콩, 뉴욕)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만들었다. 투자위원회에서 자산, 국가, 거시경제 환경 등을 분석해 정기적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

하나금융투자는 2013년 4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주가지수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원유 등에 분산 투자하는 GTAA지수를 개발했다. 이를 추종하는 펀드와 파생결합상품(DLS)을 지난 3년 동안 5000억원 이상 판매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2015년 말부터 복잡한 상품구조를 이유로 절대수익 추구형 파생결합상품인 ‘ARS(Absolute Return Swap)’ 판매를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잔고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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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자산배분 수단

‘로보어드바이저’ 관심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도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하는 상품이다.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리 짠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운용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펀드매니저다.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웰스프런트와 배터먼트 등 금융업체들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150여 개에 달한다. 한국도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금융위원회의 테스트베드(코스콤 주관)에 35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주요 투자 대상은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주식처럼 온라인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주식·채권뿐만 아니라 원자재·환율·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1호인 쿼터백자산운용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ETF 2500개의 특징과 성과, 상관관계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투자자의 요구와 시장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양신형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려면 글로벌 자산배분이 필요한데 이것을 사람이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기존 자산배분 펀드(약 2%)의 절반인 1% 수준의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전술적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배분 펀드는 8개 공모펀드가 설정돼 있다. 다만 아직까지의 성과는 신뢰를 얻기엔 부족한 수준이란 평가다.

2월 10일 기준 지난해 4월 설정된 ‘키움쿼터백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채권혼합형 기준 최근 9개월 수익률 -0.8%, 최근 3개월 수익률 -1.4%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혼합형으로 설정된 펀드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이 0.8%로 나은 편이다.

지난해 9월 채권혼합형으로 설정된 ‘NH아문디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도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5%로 역시 저조하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초기 성과가 부진한 것은 대부분이 채권혼합형으로 설정돼 있는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로 채권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는 “현재 출시된 자산배분형 펀드 상당수가 주식혼합형 내지 채권혼합형으로 설정돼 시장상황에 따른 진정한 자산배분 변화에 한계가 있다”면서 “혼합 재간접형 상품을 선택해야 자유자재로 투자 자산을 바꿔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8호 (2017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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